약점을 인정하는 것도 능력
약점을 인정하는 것도 능력
  • 이병진 고문
  • 호수 75
  • 승인 2014.01.1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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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인간의 약점은 개선이 되지 않을뿐더러 보완하려는 시도조차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되지도 않는다. 싸움의 승리는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약점을 거꾸로 이용해 강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출간했다하면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말콤 글래드웰(미국)의 최근 저서 「다윗과 골리앗」은 역경에 처한 자신의 약점을 거꾸로 강점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 9명의 성공담을 소개하면서 지난 연말 또다시 뉴욕 서점가를 석권했다. 이 책에는 인도 유학생 출신으로 인도 국민들에게는 스티브 잡스보다 더 위대한 IT 전문가로 평가받는 비벡 라나디브의 에피소드가 있다. 팁코 소프트웨어 회장인 올해 57세의 비벡은 수십억달러 재산가이며 프로농구 NBA 구단인 골든 스테이트에 이어 지난해 새크라멘토까지 사들여 미국 프로 스포츠계에서도 특급거물로 군림하고 있는 인물이다.

▲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 수준부터 먼저 알고 라운드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는 지난 12월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딸이 중학생시절 중학 농구팀이 시원치 않자, 바쁜 시간을 쪼개 농구코치를 자청해 1년 만에 지역 준우승팀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그때 비벡의 농구 전략은 공격 때 자신의 약점을 상대방에게 최대한 감추고, 강력한 수비로 득점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비벡은 미국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거꾸로 이용해 극복하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비벡 회장처럼 자신의 약점을 알고 그 단계를 뛰어넘어 상대방에 역이용하는 능력은 더욱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골리앗 같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당한 뒤에야 깨닫게 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손자병법은, 순서가 다르지만 의미는 같을 것이다.

철학적 용어로는 ‘자기부정’이다.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는 인식의 단계로 스스로를 박탈당하게 하는 자신의 독자적 결단인 자기 부정을 강조하고 있다. 1960년대 세계적인 대중심리학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에릭 번의 저서 「심리게임」에서 제시된 교류분석이론도 상대를 파악하려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스스로와의 끊임없는 심리적 게임을 분석한 책이다. 나의 약점을 알고, 인정하는 능력은 순전히 후천적이다. 스스로와의 치열한 정신 심리싸움에서 이기는 자기 계발의 결과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골퍼들은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까. 필자가 지금까지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처럼 내 수준부터 평가를 마쳐야한다는 얘기다. 골퍼들이 무너지는 것은 골프 라운드가 자신과의 싸움이 먼저가 아니라 처음부터 코스와의 싸움으로 착각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스코어가 시원찮은 골퍼를 분석해보면 한가지 확실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무모한 도전이다. 다윗과 골리앗이 샅바만 매고 힘겨루기를 한다면 승부는 보나마나다. 그런 경쟁은 결과가 너무 확실해 시시하고, 의미도 없다. 싸움은 정공법만 있는 게 아니다. 특히 골프 같은 특수한 스포츠에서 첨단 무기(골프채)를 들고 핀을 직접 공략하는 정공법은 백전백패의 어리석은 발상이다. 인간은 자연에 도전은 하지만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골프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코스 레코드를 작성하게 되면 ‘필드 제패’ 같은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어디까지나 언론의 표현일 뿐이다.

비벡 회장의 농구 전략처럼 공격에서의 정공법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해당 홀에서의 주어진 스코어를 다음 홀에서도 그대로 악착 같이 지키면 된다는 자세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인간의 약점은 개선되지 않을뿐더러 보완하려는 시도조차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되지도 않는다. 또한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은 어떠한 형태로든 약점을 지니고 있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싸움에서의 승부는 한쪽의 약점이 드러날 때 갈라진다.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어드레스를 하는 순간 자신의 무모함과 욕심을 억제하는 싸움에서 이기려고 노력하고 훈련하며 평소에도 그런 습관을 길러보자. 비단 골프만이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병진 고문 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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