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쿠프 | 2014년 경제와 증시 전망

2013년 글로벌 투자자금은 항로를 바꿨다. 안정적 투자처인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를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라고 하는데, 그 중심에 선진국 증시의 상승세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2013년 최고의 자산은 선진국 주식이었다. 선진국 증시는 2013년 23%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악의 자산은 금ㆍ옥수수 등이 포함된 원자재였다. 2013년 금과 옥수수의 가격은 각각 28%와 38%가 하락했다.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의 증시만큼 좋은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영향으로 마이너스 5.5%라는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흥국은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ㆍ통화 등의 분야에서 약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선진국과 신흥국의 연간 증시 수익률 차이는 29%로 아시아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선진국 증시를 이끈 건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Fed의 통화정책 영향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안정적인 투자처인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2013년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 유입된 자금규모는 2012년 대비 7배가 늘었다. 유입자금 대부분은 선진국에 집중됐고, 이 현상이 선진국 증시와 신흥국 증시의 차별화를 야기했다.

국내 증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연간 수익률은 통신서비스ㆍ금융ㆍ유틸리티ㆍ경기소비재가 높은 성과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유틸리티ㆍ소재ㆍ금융ㆍ산업재의 수익률이 높은 성과를 거뒀다. 미국ㆍ유럽ㆍ한국 모두 하반기 이후 경기민감업종의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경기민감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4년 글로벌 경제와 증시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 글로벌 경기회복, 완만한 금리상승, 주식 선호현상, 상품가격 약세, 선진국의 상대적 강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의 2014년 경제 성장률은 2.6%로 예상되고 있지만 3%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완만한 금리상승, 경기회복 견인
유럽은 2013년 마이너스 0.4%에서 2014년 1%의 성장이 예상돼 2년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소비세 인상 충격이 반영돼 경제성장률이 2013년 1.8%에서 1.6%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상향조정되고 있지만 2013년보다는 낮은 7.5%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14년 글로벌 경제는 미국과 유럽이 성장을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크다.
테이퍼링의 시행에도 Fed는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금리의 상승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형성됐다. 이런 분위기는 2013년 진행된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회복의 축이 미국 주도에서 유럽과 중국으로 다극화될 수 있느냐다. 선진국 주도의 시장이 지속될지 아니면 신흥국으로 경기회복의 온기가 확산될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에 가장 이상적인 전망은 유럽의 경기회복 가시화, 중국의 가파른 경기회복, 과대평가된 일본경제의 조정이다.
우선 유럽경제 회복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성장축의 다변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유럽의 회복이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글로벌 경기에 대한 유럽의 파급력은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유럽의 경기회복세가 2013년 10월 이후 다소 약화됐지만 12월 발표된 독일과 남유럽국가의 지표는 다시 개선되고 있다. 성장률은 낮을 수 있지만 개선폭은 유럽이 미국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경제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중국경제가 통제 불가능한 경착륙으로 갈 가능성은 적다. 중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예상치인 7.6%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비관적 시작을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일본경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 충격이 있더라도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을 이어갈 수 있다고 예상돼서다. 하지만 일본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계속해 엔저가 가속화될수록 2013년 5월의 경우처럼 잠재돼 있던 재정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oshoon99@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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