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성찬으로 끝난 朴의 약속들
말의 성찬으로 끝난 朴의 약속들
  • 김정덕 기자
  • 호수 73
  • 승인 2013.12.2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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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1년 ‘공약 성적표’

▲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대부분 지키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20일 자정을 넘길 무렵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대통령이 돼 국민 여러분이 기대하던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권여당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약속’을 재차 강조했다. “대선 때 공약한 것을 지금 와서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다.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니까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났다. 공약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아쉽게도 상당수의 공약이 원래 약속과 달라지거나 폐기됐다.

특히 복지공약이 그렇다. 65살 이상 전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던 약속은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월 10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바람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적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진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던 약속은 3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는 식으로 축소됐다. 무상보육ㆍ무상교육ㆍ반값등록금 등 교육 관련 복지는 미뤄졌다. 당초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채무불이행자 320만명의 신용회복을 돕겠다던 약속은 1조5000억원으로 32만명을 지원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복지공약만이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던 약속은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바뀌었고, 관련 예산은 편성조차 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사회보험 지원은 당초 100%에서 10인 미만 사업장에 50%를 지원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야심차게 내걸었던 ‘경제민주화’ 슬로건은 경제활성화에 밀려났다. 대부분의 법률은 대기업들의 반발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약속은 감사원장ㆍ중기청장ㆍ조달청장의 고발요청 시 공정위가 고발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집단소송제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에 대한 형량 강화,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은 모조리 국회 계류중이다.

성과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건강보험료 부담완화’ ‘0~2살 보육료 국가 전액지원’‘양육수당 증액의 모든 계층 확대지원’은 복지부문에서의 성과다. 경제민주화 부문에서는 대기업의 부당한 단가인하 등을 규제하는 하도급법,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등이 통과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4년이나 남았다. 공약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게 다소 이를 수는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부르짖으며 출범한 정부의 관련 공약이 후퇴하거나 방치돼 있다는 점은 문제다. 더 심각한 점은 국무조정실에서 평가하는 공약이행신호등엔 대부분 ‘녹색’이 켜져 있다는 점이다. ‘위기징조’를 의미하는 노란색 불이 켜진 국정과제는 140개 가운데 13개밖에 없다. 빨간색은 아예 없다. 미이행 공약이 수두룩한 정부가 스스로는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며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얘기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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