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 없는 금융회사 마케팅

얼마 전 올 10월 현재 펀드가입 계좌 중 정액적립식 펀드계좌 비중이 2006년 대비 5분의 1로 줄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계좌수는 같은 기간 174만여개에서 36만여개로 7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금액은 2008년 약 8조원에서 올 10월 현재 약 2조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전체 펀드 비중은 0.68%에 불과했다.
이런 내용의 기사를 읽으면서 ‘한국의 펀드시장에 미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은행금리가 2% 중반을 오가는 상황에서 그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이 그만한 수익을 얻을 자격이 있는지도 묻고 싶다. 지금까지 증권업계는 ‘청개구리 마케팅’을 해왔다. 정석이 아니라 반대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의 기본은 가격이 낮을 때 사서 올랐을 때 파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이런 간단하고 쉬운 논리로 고객을 설득하지 않는다.
가격이 낮은 하락장일 때 펀드판매자들은 고객에게 안전한 금리상품을 권한다. 팔기 편해서다. 상승장에선 수익이 날 만큼 난 펀드로 고객을 유혹한다. 보이는 것만 믿으라면서 말이다. 높은 가격에 물건을 사라는 건데,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은 금융회사 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상품에 가입한다. 이런 일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당연히 결과는 실패로 끝난다. 높은 수익을 낸다고 해도 그 상품의 가격은 오를 만큼 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를 가능성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는 더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고객에게 수익 안겨라
신뢰가 깨지면 등을 돌리게 마련이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얄팍한 상술로 고객의 돈을 가져가려는 금융회사들의 불합리한 행태가 늘어나서다. ‘동양 CP’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제 고객들은 사기에 가까운 일들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적립식 펀드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적립식 펀드는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 1~3년 동안 나눠서 투자한다. 때문에 높아진 가격에 상품을 사는 바보 같은 짓을 안 해도 됐다. 하지만 금융회사에선 적립식 펀드를 수익관리가 아닌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고객을 유혹하는 미끼로 써왔다. 적립식 펀드는 수익관리라는 지속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만기까지 그대로 불입하도록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금융회사를 양치기소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향후엔 금융회사 직원들의 말과 정반대로 소비자가 생각할 수도 있다. 적금을 권하면 펀드를 하고, 펀드를 권하면 적금을 붓는 일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금융회사의 직원들은 어떤 명분으로 그 직업에 종사할 수 있을까. 정석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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