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뽑았지만 날이 무디다
칼 뽑았지만 날이 무디다
  • 이혜원 뉴시스 기자
  • 호수 72
  • 승인 2013.12.20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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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했나…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 이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는 대명제는 찬성하지만 그럴 만한 대책이 수반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큰 그림으로 삼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두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기대 반 우려 반.’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한 평가다. 정상화 대책의 골자는 ▲공공기관의 부채 및 복리후생과 관련된 정보 공개 확대 ▲부채비율 200%로 축소 ▲방만경영 집중관리 ▲임원 보수 하향조정 ▲공운위 역할 기능 강화 등이다. 전문가들은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방향은 맞지만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근본적으로 부채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매각을 진행하는 등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채의 특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에너지 공기업과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등 공기업을 유형별로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큰 원칙을 제시했으니까 후속조치로 개별 공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부채정보의 의미 있는 공개를 위해서는 사업별 구분 회계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공공기관이 공개하는 재무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사업방식을 유지하면서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정도로는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비공공요금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사업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 소장이 근본적으로 사업조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보금자리ㆍ임대주택ㆍ혁신도시사업 ▲석유ㆍ가스ㆍ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사업 ▲석탄공사의 무연탄생산판매사업 ▲한국수자원공사의 단지사업ㆍ4대강 살리기ㆍ경인아라뱃길사업 ▲한국도로공사의 도로사업 ▲코레일의 철도운송사업 등이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없애기 위해선 독립적인 인사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부문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필요한 부분이나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공공기관장들의 인사가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눈치를 보게 되고, 결국에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사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우선돼야 한다.”

야권의 지적도 비슷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방만경영의 원인이 낙하산 인사라는 것은 불문가지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정권이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면서 개혁을 운운하는 건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병헌 대표는 “이번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알맹이 빠진 쭉정이에 불과하다”이라고 꼬집으면서 “정부가 근본대책을 외면한 채 책임전가와 엄포용 대책만으로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고 한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원 뉴시스 기자 jae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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