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도 훈련해야 한다
‘비우기’도 훈련해야 한다
  • 이병진 발행인
  • 호수 72
  • 승인 2013.12.20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골프에서 ‘내려놓음’은 욕심을 내지 않고 마음을 비운 상태로 경기에 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마음자세는 체력ㆍ스윙 등 육체적 조건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웬만한 수양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골프에서 ‘내려놓는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고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편안해져 좋은 성적을 내게 됐다’라든가, ‘드라이버 거리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쇼트게임에 집중한 게 스코어 향상을 가져왔다’는 등이다. 골프에서 내려놓음은 아마도 ‘욕심을 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 같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세상에 욕심을 부려서 채워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욕심내면 그 만큼 부작용을 낳는다. 스포츠 경기는 사실상 경기 전에 이미 승부가 난다. 최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피겨대회의 경우, 김연아는 대회전에 이미 우승이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만약 김연아가 우승하지 못했다면 김연아 자신의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피겨 선수가 아무리 노력해도 김연아 만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는 현재로선 이 세상에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골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이거 우즈가 골프 지존이라지만 80세 아마추어 노인이라도 우즈가 플레이한 똑같은 홀에서 홀인원도 기록할 수가 있다. 그래서 골프는 내려놓음이 가장 중요한 기량 중의 하나라고 강조되는 것이다.

말이 그렇지 이를테면 레슨프로가 “자네는 스윙 욕심이 너무 많아. 마음을 비워! 내려놓으라고!”라며 조언한다고 해서 금세 내려놓아 진다면 중요한 기량이라고 강조할 건덕지가 없다. 스스로를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다.

▲ 거의 대부분의 골퍼는 경기에서 ‘내려놓음’ 다시말해, 마음을 비우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거의 대부분 골퍼들은 내려놓지 못한다.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홀인원과 버디 가능성이 나에게 주어졌는데, “난 안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는 골퍼도 아니다. 이때 골퍼가 포기가 아닌, 욕심을 내지 않는 내려놓음으로 스윙을 한다면 적어도 무너지지는 않는 게 또한 골프다.

적지 않은 골퍼들은 내려놓음이란 뜻은 알지만 어떻게, 어느 정도가 내려놓음인지 분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려놓음’은 거창하게 표현하면 인류의 영원한 과제라 할 만큼 어렵다.

모든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종교인들은 내려놓기 위해 어떻게, 어떤 방법이 있는가를 찾으며, 고뇌를 동반한 냉철한 자기 성찰의 필수과정을 거친다. 수도승 등 대개의 종교인들은 이를 위해 평생을 수련한다. 그게 내려놓음이다.

성경에는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맡겨라’는 의미의 구절이 수백번 언급돼 있다. 내려놓으면 그 다음에 하나님이 역사하신다는 얘기다. 기독교는 죄가 탐욕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그 대가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가르친다. 탐욕은 지나친 욕심이다. 거의 모든 기도에서 ‘저의 죄를 사하시고…’는 곧 욕심을 버리게 해달라는 자기 성찰이다.

불교에서의 내려놓음은 차라리 불교 자체다. 모든 승려는 4가지 마음(사무량심四無量心) 즉, 자비희사慈悲喜捨를 깨닫기 위해 수양을 하는데, 자비와 슬픔, 기쁨마저 구별을 두지 않고 모든 것을 차분히 내려놓은 단계인 사무량심捨無量心이야말로 수행의 정점으로 친다. 해탈 경지이며, 범인은 평생을 수양해도 다다르지 못한다.

골프로 돌아가면 내려놓음은 누구의 내공이 더 강한가란 비교논리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프로대회에서 1타차의 피 말리는 접전에서의 승패는 나의 나이스 샷이 아니라, 상대의 미스 샷에서 결판난다. 이때의 의미는 나의 내공이 상대방보다 더 강한 결과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내려놓음은 체력ㆍ스윙 등 육체적 조건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웬만한 수양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지않은 프로대회 우승자들이 인터뷰에서 “마음을 비워…”라는 말을 하는데 과연 그에 걸맞게 평소 내려놓음을 위한 훈련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이병진 발행인 bjlee28412005@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