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분이 넘도록 자신의 훈화로 미팅을 마무리하고 있는 팀장은 소싯적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는 말이지….” 얘기가 길어질수록 터져 나오는 하품을 겨우 참고 있는 팀원들과 달리 팀장은 자신의 얘기에 도취해 흥분 상태로 빠져든다.
김대리가 슬쩍 옆자리 선배를 보니 끼적거리고 있는 수첩에는 뭔지 알 수 없는 낙서만이 가득하다. 지금 이 시간 팀원들의 마음은 어느 안드로메다를 헤매고 있을까. 겨우 자신의 얘기를 끝낸 팀장이 ‘누구 더 할 말이 있냐’고 물었지만 모두들 묵묵부답. 애기를 꺼내봤자, 팀장의 뜻과 맞지 않으면 말을 자르고 핀잔을 주기 일쑤인데 누가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꺼낼 수 있을까. 김대리는 며칠 전 코칭 모임에서 받아 온 ‘토킹 스틱(Talking Stick)’을 팀장에게 쥐어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토킹 스틱은 인디언들이 회의를 할 때 부족장이 들고 있는 지팡이였다고 한다. 활용방법은 간단하다. 토킹 스틱을 가진 사람만 말을 할 수 있다. 우선 토킹 스틱을 들고 있는 족장이 발제를 하고, 부족원 중 의견을 말하고 싶은 이에게 토킹 스틱을 넘긴다. 토킹스틱을 갖고 있는 동안에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충분하게 이해시킬 때까지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이때 다른 사람들은 참견하거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고만 있어야 한다. 발언자의 뜻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 말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토킹 스틱을 활용해서 얻는 장점은 스틱을 가진 사람만 말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듣고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청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어 스스로 만족하게 된다. 특히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줄 수 있기 때문에 토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자신의 말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한 것 같으면 지팡이를 옆 사람에게 넘겨준다. 그 역시 자신의 뜻이 다른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게 한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람이 말하고 들으면서 서로에게 집중하고 발언을 경청한다. 모두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다고 느끼는 순간, 상호존중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들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생각의 창을 열게 된다.
유능한 리더는 말하기에 앞서 듣기를 잘해야 한다.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의 듣기를 코칭에선 경청이라고 한다. 경청은 단순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배우는 데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기 위해선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듣기를 잘하는 사람은 말만 듣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하는 말 뒤에 숨은 감정과 의지, 갈등과 불안함, 미래에 대한 도전과 소망까지 들을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듣는 경청은 상대의 이야기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져야 가능하다.
우리 대부분은 제대로 듣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말해본 경험이 있다. 친구와 수다를 떨 때도 우리는 가끔씩 자신을 바라보는 멍한 눈과 마주친다. 누군가 자신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준다는 건 신선한 충격이다. 자신이 말하는 동안 온전히 함께하고 말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공감할 때 우리는 상대방이 나를 알아준다는 느낌,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코치 같은 리더는 누군가에게 100%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유능한 리더가 되려면 토킹 스틱을 활용해보라. 토킹 스틱은 마음으로 들으면서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놀라운 체험을 주는 마법의 지팡이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위해 토킹 스틱을 건네주는 인디언의 부족장처럼, 팀원들에게 토킹 스틱을 기꺼이 넘겨주고 자신은 경청할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남혜경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namcoac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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