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정기인사의 비밀
주요 그룹들이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의 인사 코드는 ‘성과주의’였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DNA를 계열사로 퍼뜨리기 위해 삼성전자 출신의 인사가 주를 이뤘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강조하는 ‘시장 선도’ 원칙을 적용했다. 최근 기업 이미지가 악화된 현대중공업과 신세계는 ‘책임ㆍ준법경영’에 초점을 맞췄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가 반영됐다”며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다른 계열사로 전파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업재편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 혁신을 선도할 인물도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서는 김영기 부사장이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으로 내정됐고, 김종호 부사장은 세트제조담당 사장(무선사업부 글로벌 제조센터장 겸임)으로 임명됐다. 조남성 삼성전자 부사장은 제일모직 사장으로,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카드 사장으로, 이선종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벤처투자 사장으로 각각 선임됐다.
전동수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삼성SDS 사장으로 이동했다. 그 자리는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맡았다. 또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은 삼성생명 사장으로, 안민수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화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물산 사장(건설부문장 겸임)으로,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사장 겸 패션부문장으로 이동했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사장 겸 리조트ㆍ건설부문장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에 이어 12월 5일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도 발표했다. 성과주의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됐다. 여성 인력에 대한 사상 최대 승진이 이뤄진 것도 특징이다. 삼성의 여성 승진 규모는 2011년 9명, 2012년 12명, 2013년 1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LG그룹은 ‘시장을 선도하고 성과를 일궈냈느냐’를 인사의 기준으로 삼았다. 삼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LG는 11월 27일 LG전자를 시작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LG전자에서는 하현회 부사장이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장 사장에 올랐다. 하 사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TVㆍ모바일ㆍIT 등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담당했고, 지난 2년간 LG 시너지팀을 이끌었다. ‘G시리즈’ 등 선도제품을 개발한 박종석 MC사업본부장, 정도현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사는 ‘책임ㆍ준법경영 강화’가 핵심이다. 최근 원전 납품비리 등으로 실추된 회사의 이미지를 바로 잡고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11월 21일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4명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12월 민계식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회장을 비워두고 있었으나 이날 이 회장이 승진하면서 2년 만에 회장직이 부활했다.
이와 함께 총괄 사장직을 신설했다. 김외현 조선ㆍ해양부문 사장이 조선ㆍ해양ㆍ플랜트 사업 총괄사장을 맡았고, 김정래 현대종합상사 사장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와 엔진ㆍ전기전자ㆍ건설장비ㆍ그린에너지 사업 총괄사장 자리에 올랐다. 또 이건종 현대중공업 법무감사실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윤리경영과 감사기능을 함께 관장하는 그룹 준법경영 담당사장을 맡게 됐다.
관심을 모았던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은 12월 6일

GS그룹은 11월 27일 전무 6명을 승진시키고, 상무 16명을 신규 선임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GS는 이번 인사에서 ‘강한 실행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경쟁력 구축’에 중점을 뒀다. 때문에 불투명한 경영환경에서도 부진한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 나섰고, 결국 10년 만에 공채출신 첫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공채출신 첫 여성임원인 이경숙 GS건설 상무다. 이로써 GS그룹의 여성 임원은 총 3명으로 늘었다. GS그룹 관계자는 “여성 인재를 더 중용하라는 허창수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경숙 상무는 그동안 국내 정유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23년간 플랜트 사업 전문가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풍부한 중질유 분해공정(RFCC) 프로젝트 수행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엔 7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다만 실적이 좋지 않았던 계열사 임원들은 대거 물갈이됐다. 특히 해외실적이 좋지 않았던 GS건설에선 물갈이 대상자가 22명이나 포함됐다. GS그룹은 “이번 인사는 지속적인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그룹의 미래성장과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 안정에 역점을 뒀다”면서 “이번 임원인사는 각 계열사 이사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고 밝혔다.
‘책임ㆍ준법경영’ 강조 현상 나타나
신세계그룹은 11월 29일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정용진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나 구학서 그룹 회장에 대한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사의 기본 골격은 책임경영과 신사업 강화였다. 때문에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대표이사는 전원 유임하고, 일부는 내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했다.

이마트의 경우 경영총괄부문과 영업총괄부문으로, 신세계건설은 건설부문과 골프장 부문으로 이원화했다. 신사업 추진 강화를 위해 백화점의 경우 신규사업본부를, 이마트는 신규사업총괄을 신설해 해외사업 뿐 아니라 국내 신규 사업까지 통합관장하도록 조직을 확대 재편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신규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역량있는 인재를 엄선해 승진시켰다”며 “향후에도 성과주의 인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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