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욕망의 수렁에 빠지다
소녀, 욕망의 수렁에 빠지다
  •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 호수 71
  • 승인 2013.12.1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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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in | 프랑소와 오종 ‘영 앤 뷰티풀’

▲ 영화 영 앤 뷰티풀의 한 장면.(사진=더스쿠프 포토)
개성 있는 유머와 감수성, 심리학적 통찰력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신작이 개봉됐다. 오종의 작품은 금기에 가까운 소재인 근친상간, 살인, 성정체성, 자살, 가학 피학성, 관음증과 같은 주제를 대담하게 그려내 항상 화제를 불러 모은다.

그는 14편의 장편영화를 만들면서 사이코드라마, 서스펜스 스릴러, 코미디, 가족드라마, 멜로와 같은 다양한 장르에 시트콤, 뮤지컬, 시대극 등의 형식을 자유롭게 결합시키는 실험을 거듭하면서 독특하고 창의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신작 ‘영 앤 뷰티풀’은 17세 소녀 이사벨이 사춘기를 보내며 겪는 상실과 혼돈, 그리고 일탈을 그리고 있다. 이사벨이 겪는 성장은 위험하고 혹독하며 대담한 동시에 중독처럼 빠져들고 되풀이된다. 10대의 욕망은 그녀의 빛나는 젊음과 아름다움 때문에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영화는 각기 여름, 가을, 겨울, 봄이란 부제가 달린 4개의 장으로 구분된다. 여름에 시작된 이야기는 봄에 끝을 맺는다.

여름을 보내기 위해 떠난 남프랑스 휴가지에서 17세 생일을 앞둔 이사벨은 독일인 청년과 첫경험을 치른다. 그리고 가을, 파리로 돌아온 이사벨은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레아’라는 이름으로 호텔을 오가며 낯선 남자들과의 매춘에 빠져 있다.

겨울, 이사벨의 은밀한 이중생활에 위기가 찾아온다. 경찰이 들이닥치고 엄마 실비에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지는 봄, 이사벨은 과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10대 소녀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이사벨이 꿈꿔온 남녀의 성관계가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녀가 그리던 건 아마도 많은 문학작품 속의 이야기처럼 아름답고 떨리는 환상에 가까운 관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처음 만난 독일 청년과의 관계는 그녀에게 너무나 부족한 느낌을 줬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 원하는 걸 채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마저도 물거품. 결국 그녀는 새로운 남자를 계속해서 만나면서 깊은 ‘욕망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열일곱. 정말 아름답고 풋풋한 그 시절, 모든 것이 뜨겁고 간절하고 가슴 떨리는 시간들이지만 여름이 지나면 가을과 겨울이 오듯 열에 들뜬 그 계절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누구나 그때를 추억하면 용기가 없어 못해 본 것이 아쉽고 불필요했던 충동적 행동은 후회스럽다.

죽은 노신사의 아내로 등장하는 샤롯 램플링은 이사벨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나에게 다시 어린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너처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넌 정말 젊고 예뻐!” 삶은 무척 긴 것처럼 느껴지지만 돌아보면 한순간에 지나가 버린다. 일탈을 계속하는 소녀 이사벨의 위태로운 욕망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감독이 말하고 싶은 건 또 무얼까. ‘영 앤 뷰티풀’은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답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우리에게 난제를 던진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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