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납부이력 등 비非금융정보까지 반영한 새로운 개인신용평가 시스템이 도입됐다. 건강보험만 제대로 납부해 왔어도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웠던 저소득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출리스크만 커지는 부작용이 양산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 신용평가제도의 명암을 살펴봤다.
새로운 개인신용평가체계가 등장했다. 금융회사에서 제공받은 신용거래기록을 중심으로 개인신용을 판단하던 것에서 벗어나 신용여력ㆍ채무이행태도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해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개인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개발한 ‘K-스코어’를 통해서다.
K-스코어의 특징은 많다. 무엇보다 제2금융권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았거나 짧은 기간 사용한 현금서비스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합리적 금융거래로 인정해서다. 대출을 성실하게 갚고 있으면 신용점수가 되레 개선될 수 있다. 상환의지와 약속이행능력을 신용평가요소로 삼았기 때문이다. KCB 관계자는 “은행 중심의 신용등급 결정 방법을 소비자 입장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K-스코어를 적용하면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웠던 7~10등급의 신용평가고객 570만여명 중 24만여명의 신용평가등급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7만여명의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으로 재평가돼 제1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게 KCB 측의 전망이다.
하지만 대출을 해줘야 하는 금융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국내에서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곳은 KCB와 나이스정보평가 두곳이다. 문제는 두곳의 신용평가기준과 방법이 달라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신용등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상승 효과에 대한 의문
K-스코어로 인해 제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등급하락을 이유로 ‘현금서비스’ ‘제2금융권 대출’을 꺼리던 고객까지 제2금융권의 문턱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신용등급 상승으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만큼 부실위험도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신용평가항목에 ‘비非금융정보’를 포함하는 방안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나이스정보평가가 올 8월 도입한 건강보험ㆍ국민연금ㆍ공공요금 납부정보 등을 K-스코어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요컨대 건강보험을 잘 납부했다면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에 따라 신용정보가 없는 대학생ㆍ저신용자ㆍ무직자 등의 고객도 신용거래가 가능해졌지만 부실대출 리스크는 커졌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사회실장은 “획일적이고 금융권 중심의 신용평가방법을 개선해 고객 중심의 평가방법을 도입한 건 긍정적이다”면서도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새로운 문제점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