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알면 싱글 보인다
잔디 알면 싱글 보인다
  • 이병진 발행인
  • 호수 70
  • 승인 2013.12.06 0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국내 골프장 잔디는 한지형과 난지형 두가지 품종이다. 스크린 골프 기계 특성을 연구한 만큼 잔디 상식을 익힌다면 ‘닭장’ 골퍼들도 필드에서 스코어 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잔디를 읽는 것은 골퍼에게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 난지형 그린은 굴리고, 한지형은 때려라.(사진=뉴시스)
알마전 친구가 운영하는 스크린 골프장에 갔다가 한 분을 소개받았는데, 스크린 골프 3년차로 스코어가 70 중반, 완전한 싱글핸디캐퍼다. “저보다 한수 위다”고 했더니, “필드에선 90이 훨씬 넘는다”고 했다. 놀란 것은 “그동안 필드엔 딱 3번 가봤다”는 것이다.

스크린에 단련된 골퍼들이 필드에 가면 20타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를 딱 두가지만 꼽는다면 벙커와 잔디일 것이다.  야외 골프연습장(인도어)을 흔히 ‘닭장’이라 표현하는데, 사실은 닭장 정도가 아니라 ‘독방’ 수준이다. 독방에서 사방이 확 트인 필드에 나섰을 때의 차이가 적지는 않겠으나, 스크린 골프 기계 특성을 연구한 만큼 잔디 상식만 익힌다면 스코어를 크게 줄일 수가 있다. 잔디 품종 관리 등은 형태가 아주 방대해 제목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색인이 있어야 할 정도여서 생략하기로 한다.

골프장 잔디는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난지형과 북방의 한지형 두가지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금잔디(한국형 잔디)는 난지형. 늦가을인 요즘 필드나 그린의 잔디가 누렇게 변했다면 난지형 잔디 골프장이다. 곧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누워 흙과의 밀착력에 집착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한지형 잔디는 줄기가 퍼져 있는 까닭에 공이 떨어지면 미끄러지듯 퉁기게 된다. 따라서 최초의 떨어지는 지점(carry)을 80야드만 잡아도 거침없이 핀까지 굴러가게 된다. 한지형 잔디는 세계적으로 대세다. 섭씨 0도에서도 푸른색을 유지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미관을 선호하는 상당수의 신설 골프장들이 채택하고 있다. 벤트 그라스, 켄터키 불루 그라스가 주종으로 여기서 교배, 개량된 품종은 수백가지에 이른다.

재생력은 한지형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월등하다. 잔디가 떠져도 조금의 뿌리만 남아 있으면 순식간에 재생돼 언제나 푸른 페어웨이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풍토에 적응이 어려운 만큼 고통을 치러야한다. 고온에 약해 여름철의 경우 쉴 새 없이 물로 냉각을 시켜주지 않으면 녹아버릴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 약해 많은 양의 농약이 불가피하다.

‘골프장 농약오염’ 문제는 이 때문에 불거진 것이다. 또 여름철에는 물을 흠뻑 먹어 페어웨이가 스펀지 같은 상태여서 뒤땅 등 내리쳤다 하면 잔디가 통째로 떠진다. 또 시간이 지나면 한국형 풍토에 의해 점토질로 변해 주기적으로 페어웨이나 그린을 통째로 갈아야한다.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까닭에 페어웨이에서의 런은 많지가 않다.

따라서 난지형 잔디에서는 뿌리와 땅이 비교적 단단해 강하게 내리치는 만큼 큰 반발력을 기대할 수 있으나, 한지형은 클럽 페이스가 땅속까지 거침없이 파고 들어가는 까닭에 마치 쇼트 티를 꽂고 스윙하듯 가볍게 떠내는 형태의 샷이 거리나 정확성에서 유리하다.

그린 퍼팅플레이는 스크린 골퍼에게는 최대 약점이다. 최근 조성하는 그린은 곳곳의 기울기(undulation)를 첨단시스템을 동원해 인공적으로 만드는데, 국내처럼 연중 내장객이 꽉꽉 들어차게 되면 함몰되는 부분이 계속 생겨나게 된다. 2년 이상 된 그린이면 퍼팅라인 측정은 상식이 아닌 플레이어가 직접 수동으로 관찰해야한다.

‘난지형 그린은 굴리며, 한지형은 때려라’는 말은 난지형은 뿌리가 단단하고 풀은 성장속도가 느린 반면 한지형은 촘촘히 박힌 풀마다 미세하게 성장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가지 모두 시간대별로, 오후로 갈수록, 햇볕이 쬘수록 풀이 말라 퍼팅 터치 강도를 줄여야한다. 또 햇빛 쪽을 향해 뻗는 까닭에 구르는 공은 햇빛 쪽 경사를 타고 간다는 계산을 해야 한다. 이때는 한지형에서 훨씬 예민하게 반응한다. 햇빛이 없는 경우는 제초기가 어느 쪽으로 깎았는가에 따라 잔디가 쏠리게 되는데 유심히 보면 미세하게 볼 수 있다.
이병진 발행인 bjlee28412005@thescoo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