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낙하산 인사 방지책

선진국 공기업도 정치권의 외풍外風에 시달리고 있을까. 이재은 충북대(행정학) 교수는 “유럽에서는 공기업 인사에서 정치적인 임명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며 “그렇게 보면 유럽에서도 소위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우리와는 다른 전제조건이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업무연관성이 없거나 도덕적인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행정학) 교수는 “뉴질랜드의 경우 ‘민영화된 공기업’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공무원 출신 인사가 많다”며 “이를 낙하산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건 그들이 정권의 힘을 등에 업은 공무원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민영화된 공기업’ 사정은 정부 개입 가능성이 큰 금융부분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한국지배구조원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2010)’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의 금융기업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독립성을 중시한다.
먼저 미국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상장규정에 독립이사만으로 구성되는 지명위원회나 기업지배구조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위원회가 이사회의 기준에 따라 적절한 이사진을 선별ㆍ추천ㆍ평가한다. 더불어 이사추천위원회의 구성ㆍ목적ㆍ권한과 책임ㆍ위원회 자체의 활동 평가와 보고 등을 명시한 운영규정들을 마련해 공시하도록 돼 있다. 특히 NYSE 상장규정에는 CEO의 임면, 성과평가, 승계 관련 정책과 절차, 보고체계 등을 담은 종합적인 CEO 승계 시스템을 각 금융기업이 마련해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독립성이 강한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이사회가 밀실에서 CEO나 이사를 선임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거의 모든 정보를 공시를 통해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어떤 인물이 차기 CEO로 떠오르고 있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등을 모두 공개하는 거다.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투하하려 해도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그러질 못하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행정학)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민간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은 주주의 손익과 결부되기 때문에 용납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민간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하고 있으니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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