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착한 기름’ 터질까
2014년 1월 ‘착한 기름’ 터질까
  • 김정덕 기자
  • 호수 68
  • 승인 2013.11.21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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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석유회사 진실공방

▲ 국민석유회사가 공급하겠다는 ‘20% 싼 기름’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하지만 불가능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사진=뉴시스)
‘시중가격보다 20% 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주장이 나온 지 벌써 1년 반이 흘렀다. 그러나 ‘착한 기름’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이유는 한가지다. 아직 그 기름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서다. 국민석유회사 측은 “내년 1월 20% 싼 기름의 실체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기존보다 20% 싼 기름,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민석유회사가 공언대로 20% 싼 기름을 국민에게 제공하면 된다. 문제는 국민석유회사가 출범한 지 8개월이나 흘렀지만 그 실체를 여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대표는 “외국계 은행의 파이낸싱을 통해 기름을 구매할 수 있는 1억8000만 달러(약 19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며 “늦어도 내년 1월 안에는 실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주식공모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해서다. 저렴한 기름값에 호기심을 갖던 국민도 이젠 피로감을 느낄 때가 됐다. 국민석유회사 측은 “주식공모만 제대로 진행됐어도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그 지루한 과정에서 20% 싼 기름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국민석유회사를 믿을 수 있을까. 국민석유회사의 사업진행 과정에 얽힌 몇가지 논란을 짚어봤다.

큰일 할 때마다 시비ㆍ마찰 반복

국민석유회사는 지난해 6월 21일 설립준비위원회(설준위)를 발족했다. 설준위는 인터넷 약정을 통한 ‘1인 1주 국민석유회사 주식 갖기’ 운동을 펼쳤다. 성과는 대단했다. 두달 후 약정액은 400억원을 돌파했고, 그로부터 세달 뒤엔 1000억원을 넘어섰다. 돈이 오간 것은 아니었지만 싼 기름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충분히 표출됐다.

이 열망을 발판으로 국민석유회사는 올 3월 정식 출범했고, 두달 후인 5월 13일엔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석유수출입업 등록을 마쳤다. 상큼한 출발이었지만 국민석유회사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상 이때부터 불붙었다. 석유수출입업 등록이 ‘조건부’였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30일분의 제품(5000kL 이상)을 보유할 수 있는 유류저장시설을 갖추고 본등록을 하기 전까지는 ‘조건부 등록’ 상태”라며 “이 상태로는 석유수출입업을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20% 기름값에 의문을 표하던 일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사업도 할 수 없는 조건부 등록을 했다’며 논란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국민석유회사가 조건부 등록을 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주식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은 뒤 석유수출입업 등록을 추진했다가 혹여 자금이 모이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건부 등록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려 했다는 게 국민석유회사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국민석유회사는 주식공모를 시작하기 전인 10월 14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유류관리업체 탱크터미널 주식회사와 유류저장탱크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더구나 이 회사의 탱크용량은 3만kL로, 등록조건 5000kL보다 6배가량 컸다. 약속을 보란 듯이 지킨 셈이었다.

그런데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국민석유회사 측이 올 9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자 금융감독원이 수차례에 걸쳐 정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선 이번에도 “국민석유회사의 사업계획은 의문투성이”라고 꼬집었다. “주당 공모액이 평가보다 높고, 1년 내 20% 싼 기름을 도입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떼인다” “공모금 횡령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심지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물의를 빚은 동양사태와 연결하는 시각도 있었다.

 
국민석유회사 측은 “이미 20% 싼 기름을 찾아 놓고 계약을 체결해놓은 상태인데, 사업이 되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게다가 싼 기름을 구매하지 못했을 땐 투자금을 전액 환불해야 하는 등 청약자금을 임의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부분들을 개선해 정정신고서를 냈기 때문이다. 국민석유회사 측이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민ㆍ형사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적극 방어에 나선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 언론중재위원회는 9월 23일 국민석유회사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의 보도를 ‘편파적’이라고 판단했다.] 

실체 보여줄 때까지 논란 이어질 듯

국민석유회사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막히거나 지적을 받는 부분은 개선하면서 사업을 꾸준하게 추진해왔다. 다섯번의 정정신고서를 내며 주식공모를 현실화한 건 단적인 사례다. 현재 국민석유회사는 1억8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국민석유회사를 공격하던 언론은 잠잠하다.

이쯤 되면 국민석유회사는 다양한 문제제기에 충분한 반박논리를 갖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20% 싼 기름을 실제로 공급할 수 있을지가 입증된 건 아니다.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끄려면 ‘기름’을 국민에게 팔아야 한다. 그때까진 국민석유회사는 가시밭길을 걸을 게 분명하다. 국민석유회사를 둘러싼 의혹을 검증하는 일도 계속해야 한다. 기름은 유전과 마찬가지로 ‘투기’에 가장 가까운 원자재라서다.

Issue in Issue | Box Interview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대표
“참고 또 참았다 …  신기루 걷힐 것”


▲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대표는 “4대 정유사의 방해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다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내년 1월 안에는 20% 싼 기름의 실체를 알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사진=김정덕 기자)
✚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외자를 유치했다. 배경이 뭔가.
“1000억원 공모는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재원을 확보한다는 두가지 측면에서 진행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1000억원 공모가 쉬울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식공모와는 별도로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해왔던 일이다.”

✚ 외자유치는 국민석유회사의 애초 취지에 맞지 않아 보인다.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어서 ‘외자유치’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랬더니 외국계 돈이 국민석유회사에 유입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더라. 사실은 파이낸싱이다. 기름을 현물담보로 은행이 중간에 끼는 거다. 이를테면 은행돈으로 기름을 사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외국계 은행이 국민석유회사에 투자를 한 게 아니라 돈을 빌려준 거다. 물론 이자가 발생하지만 기름을 팔아서 대금을 갚으면 충분할 것이다.”

✚ 그럼 기름을 확보했다는 얘기인가.
“몇몇 해외유류공급업체와 휘발유ㆍ경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최종견적서도 이미 받아놓은 상태다. 일부에서 구하지 못할 거라던 ‘저장탱크’도 확보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는데, 실체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일부에선 20% 싼 기름이라면 품질이 떨어질 거라고 우려하는데.
“말이 안 된다. 아무리 싸도 국내 품질 기준에 맞지 않으면 수입 자체가 안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내 기준에 따르면 유럽에서 쓰는 좋은 기름을 들여오려 해도 질을 떨어뜨려야 한다. 웃기는 일이다.”

 
✚ 기름을 들여와도 다 못 팔 거란 주장도 나온다.
“다 못 팔면 도매로 공급할 수 있고, 다시 해외에 되팔 수도 있다. 걱정 없다. 싸게 들여오는 기름인 이상 국민이 쓰는 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계획보다 사업진행이 더디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업 진행을 일부러 늦춘 적은 없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말도 안 되는 시장 진입 장벽들을 수용하며 가다보니 늦어진 것뿐이다. 최대한 돌파구를 만들며 사업을 현실화해 가고 있다.”

✚ 20% 싼 기름을 국민 눈앞에 보여줄 수 있나.
“기름을 수입하려면 국내 품질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번 가공을 해서 들여와야 한다. 가공할 공장도 이미 구해 놨다. 자금이 확보된 만큼 늦어도 내년 1월 안에 기름이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또 늦어지는 건 아닌가.
“시중에 있는 30여곳의 주유소들과 공급계약을 맺어놓은 상태다. 우리가 기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계획보다 늦어지면 안 된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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