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性과학 코너

사실 사랑을 나누는 목적이 동물처럼 종족번식에 있다면 매번 상대를 바꿔가며 관계를 맺는 게 맞다. 여러 암컷을 거느리고 유전자를 퍼뜨려야 더 많은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암컷 역시 더 좋은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낳고자 많은 수컷과 상대해야 한다. 물론 발정기가 끝나면 더 이상 관계를 갖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서 한번 만난 상대와 백년해로하는 경우는 고작해야 5%에 지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백년해로를 결정하는 변수가 호르몬이라는 점이다. 한 연구결과 따르면 북아메리카에는 사는 두 종류의 들쥐는 사랑을 나누는 방법이 달랐다. 대초원 들쥐(prairie vole)는 짝짓기를 하면 암수가 평생 상대방과 새끼에게 정성을 다한다. 반면 목초지 들쥐(meadow vole)의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른 암컷을 쫓아다니는 카사노바 들쥐였다.
다른 연구에선 바람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뇌에서 나온다는 걸 알아냈다. 그 물질은 바로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이다. 2004년 래리 영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대초원 들쥐 수컷으로부터 바소프레신을 추출해 목초지 들쥐 수컷의 뇌에 주입했다. 그랬더니 바람둥이였던 목초지 들쥐 수컷이 헌신적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목초지 들쥐 수컷의 뇌에서 바소프레신이 분비되지 않은 건 아니다. 목초지 들쥐 수컷의 뇌에는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없었다. 이 때문에 바소프레신이 분비돼도 뇌에서 받아들이지 못해 카사노바 들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사람에 대해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2008년 쌍둥이 500쌍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그룹에서 결혼을 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은 32%였다. 반면 정상인 그룹은 17%였다. 2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바람둥이 기질이 애꿎은 조상 탓은 아니었던 것이다.
호르몬 연구가 좀 더 이뤄진다면 바람둥이 연인은 없어지고 지고지순한 사랑만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의 뇌에 바소프레신을 주입이 가능하다면 인간의 바람기를 조절하거나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애정이 식어가는 권태기 부부에게는 다시 한번 애정을 싹틔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을 약물로 갈구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비인간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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