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을 쇼로 삼으라
야단을 쇼로 삼으라
  • 김성회 CEO 리더십연구소장
  • 호수 44
  • 승인 2013.05.20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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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학의 리더학개론

업무파악 능력이 떨어지는 상사일수록 ‘이유가 무엇이든’ 논리를 무시하고 호통부터 친다.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일한 부하가 저지른 작은 실수를 갖고 기관총처럼 퍼붓는 상사도 많다. 거두절미하고 비난부터 할 때 부하들은 상사에게 등을 돌린다. 다 들어본 연후에 야단쳐라.

▲ 무조건 화를 내는 것은 올바른 야단의 방법이 아니다. 야단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원래 야단惹端이란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야단법석惹端法席’의 줄임말이다. 엄숙한 자리에서 괴이한 일이 단서가 돼 소란스러워졌다는 의미로 ‘야단법석’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여기서 의미가 전이돼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서 서로 다투고 떠들고 하는 시끄러운 판을 뜻하게 됐고, 몹시 소란스럽게 꾸짖는다는 뜻의 ‘야단’이 파생된 것이다.

야단칠 때 법석을 떨면 백전백패다. 어원대로 부처님의 설법처럼 맑고 고요하게 전하라. 얼굴을 붉히지 않고 부하직원의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방법이 간절하다면 다음의 원칙을 기억하라.

첫째, 경위를 알아보라. 야단칠 때는 엘리베이터 타듯 비약하지 말고,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지적해야 한다. 설령 당신이 현장에 있었다고 해도, 당신이 미처 모르는 근원적인 원인이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라쇼몽 효과’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채 거두절미하고 대뜸 결론으로 치달으면 본전도 못 건지기 십상이다.

모 기업의 K전무는 ‘엘리베이터 야단’을 치는 바람에 잃은 점수를 만회하느라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어느 날 자기 부하가 거래처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가 동창으로부터 들어왔다. 가뜩이나 윤리경영이 화두가 되는 마당에 개념 없는 행동인가 싶어 그는 직원에게 다짜고짜 호통부터 쳤다. 그런데 그 부하가 당황하기는커녕 눈에 쌍심지를 켜고 영수증을 일일이 보여주며 반박하는 게 아닌가.

업무파악 능력이 떨어지는 상사일수록 ‘이유가 무엇이든’ 논리를 무시하고 호통부터 친다.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일한 부하가 저지른 작은 실수를 갖고 기관총처럼 퍼붓는 상사도 많다. 거두절미하고 비난부터 할 때 부하들은 상사에게 등을 돌린다. 다 들어본 연후에 야단쳐라.

둘째, 해결책에 초점을 맞춰라. 직원을 야단칠 일이 생기면 일단 불러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 이 상황에 대해 “내 생각은 이런데, 당신 생각은 어떠냐”고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현명한 야단의 기술이다. 굳이 큰소리나 꾸지람을 하지 않고도 상대로 하여금 잘못을 인식하게 하는 데 유용하다.

직원이 업무실수를 했을 때 꼭 큰소리를 내고 기분 나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부하직원은 충분히 위축돼 있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당사자가 더 잘 아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몇 마디라도 말하게 하라. 어디서 말대답이냐고 삼천포로 빠지지 마라.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 개선책을 다짐받아야 생산적인 야단을 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부하 입장에서는 문제상황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야단을 치고서도 사기가 충천하게 하는 방법은 문제해결책을 같이 제시하고 모색하는 것이다.

셋째, 가끔은 쇼도 필요하다. 모든 야단은 기본적으로 ‘비공개 일대일’로 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모두를 향해 공개적으로 질책해야 할 때도 있다. 모두를 향해 두루뭉술하게 야단치면 문제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이런 때는 평소 유능한 부하나 신임하는 부하를 잠시 ‘희생양’으로 삼는 것도 유용하다. 잘하고 신임하는 부하를 야단칠 때 다른 부하들은 ‘저렇게 잘하는 사람도 야단맞는데.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는걸’하고 긴장한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내성적인 부하보다는 외향적인 부하가 희생양으로 바람직하다. 내성적인 부하들은 피드백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조직 내 약자를 희생양으로 몰아치면, 원하던 자극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되레 그 직원에 대한 ‘동정표’만 쏟아지면서 역효과를 빚기 쉽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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