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더듬어 정체성 찾다
추억 더듬어 정체성 찾다
  • 김상일 문화전문기자
  • 호수 37
  • 승인 2013.04.06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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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의 Art Talk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전후해 중국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책이 쏟아지고 도시 미관을 위한 개발이 한창이다. 베이징 시내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현대식 고층 빌딩이 들어선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도시개발은 난개발(산림을 훼손하는 무차별적인 개발)로 이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박탈감을 느끼며 하나둘 떠나고 있다.

 

화가 최홍관은 격변하는 중국 사회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이다. 그의 작업실은 베이징 외곽의 쑹좡宋庄에 둥지를 틀고 있다. 2층짜리 건물 하나 없는 그야말로 시골이다. 이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작가들이 작은 집단촌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20~30층짜리 고층 아파트와 상가들이 줄지어 있다. 중국 외곽지역에까지 ‘개발’의 힘이 뻗친 셈이다. 작가는 최근 몇 년 사이 이뤄진 급격한 변화, 그리고 적응하기 힘들어진 주변 세태를 표현하고 또 규제와 개방, 보존과 개발이라는 경계선에서 겪는 ‘갈등’을 묘사한다. 개방과 개발로 인한 서구적 소비 행태는 물질만능 시대로 이끌고 이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황폐화고 있다. 작가의 자신의 눈에 어색한 중국의 모습을 꼭두각시, 피에로, 피노키오 등의 인형 등을 통해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최홍관은 급변하는 중국사회의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오브제로 사용하는 인형들의 표정이나 자세 등을 동적으로 표현하며 시대적 상실감이나 절망을 역설적으로 응수한다. 또한 전통문화의 흔적이나 추억을 더듬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작가는 중국 전통 건물이나 돌사자 등과 고층건물이나 도로의 입체교차로 등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현대화에 따른 문화적 혼돈을 표현하고 있다. 혼돈 속에서 갈등하는 젊은 세대의 심리 상태는 서양의 산물인 꼭두각시 인형을 통해 보여준다.

 
시대적 상실감 역설적으로 표현

이는 모국어보다 영어 사용을 선호하고 서양인들의 외모나 생활패턴을 닮으려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인형들은 전통문화나 기존 관습들을 조롱하듯 도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허공에 떠 있는 꼭두각시 인형은 누군가의 조정으로 한 순간에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감마저 조성한다. 여기서 공포는 개방의 흐름과 맥을 함께한다.

작가는 이렇듯 정체성을 잃어가는 젊은 세대에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다. 작가는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한편으로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중국 전통의 돌사자와 서양의 피에로와 줄다리기를 장난스럽게 표현한 것이 그렇다.

전통과 현대가 충돌해 세상이 변할지라도 돌사자(중국)는 있던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암시한다. 작가는 전통과 개방, 보존과 개발이라는 시대적 갈등의 한복판에서도 화폭의 배경을 푸른 하늘로 장식하면서 그의 바람이 더욱 간절하고 희망적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김상일 문화전문기자 human3ks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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