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도 봉쇄도 실패 솔루션 찾아야 푼다
햇볕도 봉쇄도 실패 솔루션 찾아야 푼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1
  • 승인 2013.02.1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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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총론] 벌써 갈길 잃은 朴‘신뢰 프로세스’

▲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대화와 신뢰가 먼저라는 지적이 많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은하3호를 보란 듯이 쏘아 올렸다. 설 연휴 직후인 2월 12일 3차 핵실험도 감행했다. 둘 다 성공했다.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비핵화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전•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해법은 없을까.

올게 왔다.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은하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운송수단까지 확보했다. 더구나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소형화•경량화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갖추면 완전한 핵무기를 보유한다. 폭발력을 둘러싸곤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공할 만한 무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정부는 ‘6~7kt’, 러시아 정부는 ‘최소 7kt 이상’,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는 ‘40kt’이라고 전했다. 1kt은 TNT 1000t이 폭발하는 것과 같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폭발력은 각각 21kt, 16kt이었다.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북한이 20여년간 핵능력을 키웠고, 위험요소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조치가 효과적이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핵화 vs 핵 비확산 논란 가열

북한은 UN 차원의 제재조치가 있을 때마다 핵실험으로 응수해왔다. 2006년 7월 북한이 은하 2호를 발사했을 때 UN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제1695호를 채택했다. 북한은 그해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2009년 4월 북한이 3년 전 발사에 실패한 은하 2호를 다시 발사하자 UN 안보리는 의장성명을 채택했고 5월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UN 안보리가 결의안 2087호를 채택한 1월 23일 이후 북한은 ‘핵실험 강행’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결의안 2087호는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이 은하3호를 발사한 데 대한 제재조치였다. 북한 금융제재 대상을 단체와 개인까지 확대 적용하고, 무기 관련 북한 화물은 모든 방식을 동원해 폐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UN 안보리의 제재-북한의 핵실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국내정부의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유지할 건지 아니면 핵보유를 인정하고 ‘핵 비확산(비확산)’을 목표로 할 것인지가 엇갈린다는 얘기다. 비핵화는 핵보유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비확산은 핵보유를 인정하되 주변국으로의 확산을 막는 것이다. 성격이 다른 만큼 정책도 달라진다. 국내정부의 초점은 비핵화에 맞춰져 있었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은 “핵보유를 인정하면 비핵화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핵개발을 막고 핵을 동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홍민 동국대(정치학) 교수는 “북한 전문가들이 그동안 비핵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며 말을 이었다.

“중국은 1964년 최초로 핵실험을 하고, 수소폭탄을 만들었으며 탄도미사일 체계를 세웠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뒤인 1970년대 말 개혁개방정책을 폈다. 이런 핑퐁외교로 북미 관계가 개선됐고, 무역거래가 활발해졌다. 미국이 중국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중국 최고 지도자는 ‘우리가 핵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북미관계 개선은 물론 개혁•개방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런 과정을 거쳐 세계에 흡수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곳이 북한이다. 핵이 대외관계 정상화와 경제개발의 발판이라는 생각을 품은 것은 당연하다. 북한이 지금껏 핵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이용한 관계정상화와 경제개발을 구상하고 있다면 외부적으로는 비핵화를 견지하되 내부적으론 북한을 잠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안정적인 핵보유국 관리’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비핵화를 견지하되 전략은 유연하게 짜야 한다”며 “북한이 핵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는 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비확산에 맞추면 큰코다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수호 수석연구원과 비슷한 주장이다. 양무진 교수는 “비핵화의 피로감 때문에 비확산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국제적인 제재조치를 모두 풀어야 되는데 그건 안 될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비핵화를 목표로 세우고 대화와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문제는 또 있다. 햇볕정책(국민의 정부)•대북포용정책(참여정부)과 이명박 정부의 선先비핵화 정책(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화도 없다)이 모두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느냐다.

양무진 교수는 “미국은 북한을 공산국•테러국•적성국•대량살사무기보유국•인권침해국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같은 무력시위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북한은 그런 것에 단 한번도 굴복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압박을 가해 봐야 효과가 없으니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 교수는 “북한을 압박했을 때와 대화했을 때 북한의 진행과정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주장을 이어갔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통해 국제사회는 중유를 지원하고 국내정부는 경수로 기술을 지원했다. 대신 북한은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화가 중단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해질수록 북한의 핵은 더 강화됐다.”

홍민 교수는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춘 이명박 정부는 비핵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북한과의 대화창구를 활용하는 외교능력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꼬집었다. 

공약 이행이 대북관계 개선 첫 걸음

임수호 수석연구원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핵보단 남북관계의 관리에 무게를 뒀고, 이명박 정부는 북핵에 치중해 선비핵화를 강조했다”며 “두가지 모두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경분리의 원칙으로 대화의 끈은 놓지 않고 사안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어떤 상황에서든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최근 행보는 대화•신뢰와는 거리가 멀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겉으론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이후엔 ‘안보’와 ‘대북억제’를 주장하과 있어서다. 최근 나온 “소련이 핵이 없어서 망했나”는 발언은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양무진 교수는 “박 당선인은 균형정책을 펼 수 있는 인물을 중요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통일부나 외교통상부보다 국방부의 업무보고를 먼저 받았다”며 “첫 현장 방문지로 최전방을 선택한 박 당선인의 ‘신뢰 프로세스’에선 기대할 게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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