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경영 | 김득신金得臣의 근성④
하지만 장남인 김득신을 믿어 준 아버지 김치처럼, 가까운 인척들의 경시에도 형인 최염은 최림을 믿어줬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도 아버지와 친척, 친구들에게 무시당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아내인 클라라는 포드를 오랜 세월 꾸준히 응원했다. 그리고 이 신뢰는 포드가 자동차 왕으로 등극하는데 훌륭한 발판이 됐다.
성공한 사람들의 배경에는 그들의 끈기와 정성을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얘기다. 다음은 정민 한양대 교수가 쓴 날카로우면서도 의미심장한 글이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번 척 보고 다 아는 천재도 있고, 죽도록 애써도 도무지 진전이 없는 바보가 있다. 정말 갸륵한 이는 진전이 없는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다.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가 어려울 뿐, 한번 뚫리면 뻥 뚫린다. 한번 보고 안 것은 얼마 못 가 남의 것이 된다. 피땀 흘려 얻은 것이라야 평생 내 것이 된다.
- 「미쳐야 미친다」 푸른역사
맞는 얘기다. 한자로 ‘고수’는 高首가 아니라 高手라고 적는다. ‘손 수手’ 자를 쓴 이유를 알아야 한다. 무협의 세계도 다를 바 없다.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에서 고수인 리무바이(주윤발)는 보검인 청명검을 내려놓았고, 하수인 용(장쯔이)은 청명검을 훔쳤지만 자기 것으로 완벽히 만들지 못해 고전하지 않았던가.
“진정한 고수는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산 사람들이다.”
강호동양학자 조용헌 선생이 한 말이다. 김득신도 자기 분야를 나이 서른이 돼 겨우 찾았다. 글을 배운 지 10년이 훨씬 지난 스물 한살 때 과시科詩(과거시험 때 짓는 시) 몇수를 완성했다. 당시 부친이 동래부사로 있어 부산으로 내려간 그는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로부터 유명遺命을 받았다.
남의 재주 시기하지 말라
육십응거六十應擧. 이 네 글자가 핵심이었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60세까지는 과거에 도전 하라”는 거였다. 아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라고 했던가. 1662년(헌종 3년) 3월 김득신은 과거급제에 성공한다. 증광시 병과 19위였다. 그의 나이 59세 때 일이었다. 거의 60세가 돼 과거 시험에 최종 합격을 한 셈이니 아버지 김치의 놀라운 예견력이 치가 떨릴 만큼 무섭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 한 아들의 노력을 쏙 빼고 결과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다. 그러니 점쟁이의 미래 예언을 과신하면 안 된다. 노력하지 않고 세월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태도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김득신은 아버지의 유명을 지키고자 했다. 그래서 불철주야 공부에 주력했다. 남이 한 번에 능한 것을 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천 번, 수만 번을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다음호에 계속>
심상훈 편집위원 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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