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담담한 이별
엄마와의 담담한 이별
  •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 호수 166
  • 승인 2015.11.19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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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인 | 사일런트 하트

▲ 영화‘사일런트 하트’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 음악, 소설 등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트의 영원한 뮤즈는 ‘엄마’일 것이다. 엄마라는 캐릭터는 셀 수 없이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했다. 영화 ‘사일런트 하트’의 중심도 엄마다. 가장 중대한 결정의 순간에 놓인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나와 나의 엄마 그리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 처음 속하는 가장 작은 사회 집단인 가족은 한 사람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엄마는 생애 처음으로 사랑을 가르쳐 주는 존재이자 아이의 첫 사랑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의 현재를 선물해 준 엄마가 시간이 흘러서 늙고 병들어 이번 주말을 끝으로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랜 세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 온 에스더(기타 뇌르비)와 폴(모르텐 그룬발) 부부. 이들 부부는 얼마 전부터 자식들과 이야기해 온 주제가 있다. 엄마인 에스더에게 생긴 ‘근육위축가쪽경화증’, 이른바 루게릭병에 관한 것이다. 에스더는 자신의 의지와 생각이 완전할 때 삶을 매듭 짓고 싶다는 생각을 가족에게 전한다. 첫째 딸 하이디(파프리카 스테인)는 고심 끝에 엄마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둘째 딸 사네(다니카 추르치크)는 갑자기 엄마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의사인 남편 폴은 그녀의 확고한 의사를 지지하면서도 아내의 생각을 되돌릴 시간은 있다고 생각한다. 에스더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를 불러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 겸 가족파티를 계획하고, 온 가족은 한자리에 모여 그녀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영화 ‘사일런트 하트’의 감독 빌레 아우구스트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풀어 가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 왔다. 이번 영화는 관객이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무엇이 의미 있는 시간인지를 생각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서 영화 속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재의 이야기로 이어지길 원하는 감독의 의도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존엄사를 결정하기까지 가족과 자신의 삶 사이에서 수없이 고민했을 엄마와 갑작스런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두 딸의 모습을 통해 관객은 ‘나라면?’이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영화가 담담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우구스트 감독은 “다양한 종류의 감정이 가득한 영화지만 슬프게 다루고 싶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영화는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어, 언제 신나는 일이 벌어질지 그것만 생각해”라는 에스더의 대사처럼 슬프지만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영화는 그 어떤 답도 강요하지 않는다. 엄마와의 마지막 주말을 함께 보내면서 서서히 회복되는 가족의 모습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전달하려고 애쓸 뿐이다. 그러는 사이 관객은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이별을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담담한 이별’을 마음에 떠올리는 관객이 많을 수도 있겠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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