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 힘든 ‘비만 비용’
웃기 힘든 ‘비만 비용’
  •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 호수 154
  • 승인 2015.08.20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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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비만인을 위한 사회적 비용은 만만찮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미국의 일부 지하철역이나 공항에도 무빙워크가 설치돼 있다. 수평에스컬레이터라고도 하는데 속도가 워낙 느리다. 이 장치 위에서 하릴없이 서서 가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비행기 탑승 시각을 코앞에 두고 말이다. 일반인 같으면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 거북이 벨트에 몸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초고도 비만인들이다.

미국 서부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필자가 직접 목격한 일이다. 수평보행기 위에서 감자튀김을 먹으며 이동하는 거구의 여성이 있었다. 몸무게를 200㎏, 체지방률을 50%로 가정한다면 그녀의 몸속의 잉여지방량은 약 100㎏이다. 단순하게 계산해 1㎏으로 닷새를 버틸 수 있으니 100㎏의 체내 비상식량은 500일 분량이다. 1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음에도 그녀가 계속 먹는 이유는 모른다.

다만 비만인 사람들의 식습관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다음은 미국 동부 뉴저지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화장실에서 넘어져 움직일 수 없다는 여성의 구조요청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체중 300㎏ 이상의 여성이 물에 젖은 거대한 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골절이 예상되는 환자의 팔, 다리를 하나씩 들고 화장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근 소방서에 구조요청을 해 수십명의 소방관이 몰려오고 특대형 들것이 도착했지만, 여성의 병원이송은 쉽지 않았다. 몸이 너무 무거워 결국 바닥의 변기를 떼어내고 창문과 일부 벽을 부순 후, 특수 사다리를 이용해 여성을 끌어내렸지만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병원에 도착한 여성은 체중을 잴 수도, 일반인 병상에 누울 수도 없었다. 혈압계마저 팔뚝에 맞지 않아 혈압을 측정하지 못했다. 피하층이 너무 두꺼워 일반 주사로는 채혈도 어려웠다. 워낙 거대한 몸집 탓에 욕창이 생기면 닦을 수가 없으니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을 게다. 상상해 보라. 300㎏의 여성을 간호사 몇몇이 달라붙어 뒤집는 모습을.

이런 문제는 더 넓고 더 큰 응급도구를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초고도 비만자를 나르는 접이식 침대 제작비용은 표준형의 4배에 달한다. 몇백㎏의 거구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구급차의 특별 제작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조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들을 지자체가 준비한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세금으로 전가될 것이다. 비만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만 환자에게 할증요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육체적 고통과 함께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비만인에게 차별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대체 뭘 어쩌라는 것인가. 비만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 다음호에서 좀 더 살펴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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