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침투할 공간을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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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선 기자
  • 호수 127
  • 승인 2015.01.30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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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통하려면…

▲ 정부가 성과중심 운영체계를 정착시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고 있다. 지난해 ‘부채 감축’에 이어 이번에는 ‘경쟁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이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고, 조직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핵심이다. 이와 관련 갑론을박 의견이 분분하다. 속도는 더디지만 가야 할 방향이라는 입장과 제살 깎는 내부 경쟁으로 오히려 공공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기획재정부는 1월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성과 중심의 운영체계를 정착시켜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우선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에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안정적인 고용과 승진이 사실상 보장돼 있는 조직에 경쟁 DNA를 심어 넣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호봉제 등 연공서열식 급여 체계가 조직 운영의 인센티브로 작용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했다”며 “급여체계 변경을 통해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적용 대상은 이미 실행하고 있는 2급 이상 부장급 간부직에서 7년 미만 근속자나 최하위직급을 제외한 전 직원으로 확대한다. 30대 공기업은 2015년까지, 87대 준정부기관은 2016년까지 차례로 도입할 예정이다.

 
‘2진 아웃제’도 도입한다. 실적이 좋은 직원에게는 성과연봉을 지급하지만 반대로 저성과자는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물론 저성과자에게 기회를 준다. 두번이 주어지기 때문에 2진 아웃제다. 2년 동안 연속 업무성적이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면직처분을 한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저성과자 기준과 퇴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먼저 2급 이상 부장급 간부직에 적용하고, 점차적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과도한 순환보직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직이 매번 변경돼서 전문성이 부족하다.” “함께 일하는 게 쉽지 않다.” 공기업과 일하는 기업, 전문가들이 매번 제기하는 불평이다. 정부는 이번 순환보직 개선을 통해 기관의 전문성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실태분석을 하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며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정년연장에 맞춰 ‘임금 피크제’도 도입한다. 퇴직 연령에 도달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에게 임금 피크제를 적용해 임금을 삭감한다. 물론 성과를 내는 직원에겐 반대로 인센티브를 준다.

공공기관에 ‘경쟁 DNA’ 심어라

기관장 연봉 시스템도 손본다. ‘기관장 중기성과급제’를 도입해 단기 실적이 아닌 중장기적인 사업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로 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ㆍ부정부패 등이 단기간 성과를 요구하는 사업구조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장 성과급 중 일정 비율을 임기가 끝난 후 지급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임기 3년인 기관장은 매년 100%씩 성과급을 받았다. 총 300%다. 그러나 앞으로는 임기 중 200%(1년 50%ㆍ2년 80%ㆍ3년 100%)를 지급하고, 나머지 100%는 임기 후인 4년 후 50%, 5년 후 20%의 성과급을 주는 구조로 바꾼다는 것이다. 

조봉환 기재부 공공혁신기획관은 “성과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해 공공기관 내부에 경쟁 분위기를 만들어 보다 효율적인 기관을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질 좋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내부 경쟁으로 공공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직 내부에서 제살 깎는 경쟁이 이뤄지면 대국민 서비스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은 민간 기업처럼 제품을 많이 팔아 실적을 내는 사업구조가 아니다. 독점적으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 한국노총 공공산업노조연맹은 공공기관 조직 내부에서 제살 깎는 경쟁이 이뤄지면서 공공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노총 공공산업노조연맹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전력공사를 예로 들어보자. 전기는 국민 모두가 쓰고 요금도 동일하다. 한전 직원 개별성과를 판단하는 게 어려워 사업장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그들의 노력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태풍으로 송전탑이 피해를 입거나 전신주가 쓰러지는 등의 사고가 나면 업무성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 고성과자, 저성과자를 구분한다고 하는데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위에 잘 보이는 사람의 평가가 더 좋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말을 이었다. “물론 과거에 비해 개선됐지만 널리 알려져 있는 얘기다. 기관장이 정부부처와 연결된 인물이고, 임원 역시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겐 그 줄을 잘 서는 게 업무성과를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 이런 공공기관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성과중심 체제로 가기는 힘들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서 긍정적인 면도 찾을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 공공기관 예산과 인사권이라는 칼자루를 쥔 정부가 변화를 외치고 있다. 물론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지난해 1차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핵심이 ‘부채 감축’이었다면 이번 2차 대책은 ‘경쟁 시스템’ 도입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이 느리지만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부 경쟁→성과 창출→조직 효율성 제고→내부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공공기관 내부에서 능력 있는 인물이 더 많이 배출돼 기관장까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업무 성과 평가 기준 명확해야

박석희 가톨릭대(행정학) 교수는 “공공기관이 성과중심의 운영체제로 가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공익성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공공기관 내부에서 유능한 인재가 보다 많이 양성된다면 정치권 낙하산에 휘둘리거나 전문성이 결여된 전직 관료 출신이 선임되는 등 일방적인 인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며 “유명무실한 감사의 권한을 강화해 기관장과 주무부처를 견제ㆍ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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