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여! 거품을 빼라
평창이여! 거품을 빼라
  • 김정로 월드커뮤니케이션즈 회장
  • 호수 126
  • 승인 2015.01.20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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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로의 아는 게 힘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을 위한 경기장을 수천억원을 들여 짓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개폐회식장을 국민의 혈세를 들여 건설해야 마땅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대회가 끝난 이후 철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화려한 개폐회식장을 건설하다 실리를 놓칠 수도 있다. 평창, 거품을 빼야 할 때다.

지난해 12월 1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5차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 올림픽 대회 지원위원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필수시설인 개폐회식장은 4만석 규모로 평창 횡계리 일원에 건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개폐회식장에는 공사비 13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사후활용 방안이 전무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더구나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대회 이후 철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혀 철거비용 수백억원이 재투입될지도 모른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막식에 350억원(행사비 등 포함)이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에는 천문학적인 직접비가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부가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고심해 결정한 사항을 꼬투리 잡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 입장에서 몇가지 시각차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행사장을 새로 지을 필요를 고민해 봐야 한다. 강릉종합운동장을 개보수해 비용을 절감하자는 의견도 경청할 만하다. 평창 유치의 근거는 “개폐회식은 반드시 개최도시(Host City)에서 열려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있다. 하지만 IOC는 최근 분산개최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가 IOC의 옛 권고를 순진하게 따르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딜(Deal)을 통해 수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 세련된 외교력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엔 수백억원의 비용이 투입됐지만 평가는 최악이었다. [사진=뉴시스]
둘째, 개폐회식장이 꼭 필요한 것인가도 따져봐야 한다. 올림픽 개폐회식은 개최국의 문화역량을 과시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홍보하는 장이다.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개폐회식을 잘 마친다면 각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깜짝쇼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수는 21억5000만건을 상회하고 있다. K-팝, 드라마, 패션, 뷰티, 음식 등 한류의 바람도 글로벌 시장에서 강하게 불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문화콘텐트산업은 100조 시대를 맞았고, 방송ㆍ출판ㆍ음악ㆍ애니메이션 등의 지난해 수출액은 5조원에 달한다. 이렇게 한국이 문화강국의 대열에 올라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순간에 끝나는 스포츠 제전의 문화행사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선수단 입장, 대회기 게양, 성화점화 등 IOC 식순대로 깔끔하게 치러도 국가홍보는 물론 평창을 알릴 수 있다. 개폐회식을 잘 치른다고 영원히 회자되는 것도 아니다.

개폐회식은 대략 5~6시간이면 끝나는, 또 며칠 지나면 잊히는 일회성 세리머니(Opening & Closing Ceremony)에 불과하다. 지적재산으로 역사에 남을 만한 문화산업의 산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셋째, 수천억원을 들여 세계인의 찬사를 받을 만한 불후의 명품 개폐회식이 만들어지면 좋은데 글쎄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제작구조는 인천 아시안게임과 다를 게 없다. 책임소재와 컨트롤 타워가 불분명하다. 혹평을 받은 인천 개폐회식 관계자들의 심경은 다음과 같을 거다.

조직위 : “명망 있는 대가를 총감독으로 모셔와 연출단 구성, 열심히 지원했는데, 우리 책임이냐.” 총감독 : “얼굴마담으로 뽑아놓고 조직위가 돈ㆍ사람ㆍ발주 등 실권은 다 쥐고, 보고니 감사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책임지라 하냐.” 대행사 : “우리는 그야말로 심부름꾼이다. 총감독의 말, 조직위의 지침에 따라 움직였는데 왜 책임을 져야 하나.” 하도급 기획사 : “우리는 갑을병 밑 정이다. 전문성을 개진할 기회는 전혀 없었다. 우리에게 책임은 없다.” 이처럼 제작구조의 과감한 변화, 조직위의 인식전환이 없으면 개폐회식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과정이 결과를 낳는 법이다.
김정로 월드커뮤니케이션즈 회장 jkim46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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