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곳간, ‘링컨’으로 막아라
구멍 뚫린 곳간, ‘링컨’으로 막아라
  • 박용선 기자
  • 호수 114
  • 승인 2014.10.3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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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환수법 도입 임박

▲ 국민권익위원회가 10월 14일 한국판 링컨법이라고 불리는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방지법’을 입법 예고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흔히 국가보조금을 ‘눈먼 돈’이라고 말한다. 허위ㆍ부정 청구해 손쉽게 지원받을 수 있어서다.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도 떠돈다. 정부가 새는 재정 잡기에 나섰다. ‘공공재정 허위ㆍ부정청구 방지법’을 통해서다. 과연 줄줄이 새고 있는 국민 혈세를 막을 수 있을까.

미국은 1863년 링컨 대통령 시절 민간이 정부 재정을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하면 손해액의 3배를 환수하는 ‘부정청구금지법’을 만들었다. 이른바 ‘링컨법’으로 불린다. 링컨법엔 재정의 부정청구에 대해 국민이 정부의 이름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강력한 규정을 담았다. 미국은 링컨법을 통해 2012년 49억5900만 달러(5조2600억원)를 국고로 환수했다.

한국도 조만간 링컨법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0월 14일 국가보조금을 탈법ㆍ편법으로 축내는 부정행위에 대해 정부가 행정 제재 또는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해당 금액의 5배까지 더 받아낼 수 있도록 하는 ‘공공재정 허위ㆍ부정청구 방지법(재정환수법)’을 입법 예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11월 4일 공청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12월 초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재정환수법 초안을 보면, 정부 또는 지자체로부터 보조금ㆍ출자금ㆍ출연금 지원을 받은 개인ㆍ단체ㆍ기업이 거짓 서류를 꾸미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받거나 정해진 용도가 아닌 곳에 사용하면 해당 금액을 변상해야 한다. 나아가 고의적 또는 상습적 허위ㆍ부정청구는 최대 5배까지 환수금을 물리도록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한 것이다. 손해 허위ㆍ부정청구 신고자에게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주고, 신변을 보호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ㆍ공공기관과 국가 재정을 받는 개인ㆍ법인ㆍ단체 등이 제재 대상이다.

 
고용ㆍ복지ㆍ연구개발(R&D)ㆍ관광 등 2000여개 분야에 지원되는 국가보조금 규모는 올해 52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재정집행의 투명성이 부족해 이른바 ‘눈먼 돈’으로 여겨진다.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더욱이 현행법상 예산을 집행한 기관이 직접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해 부당하게 집행된 돈을 국고로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이 올 2월부터 6월까지 공기업ㆍ금융공공기관 33곳을 감사한 결과, 잘못된 사업으로 인한 손해와 낭비한 예산이 약 10조원으로 나타났다. 건보재정의 경우 최근 5년간 건강검진 138건이 부당 청구됐다. 또한 정부ㆍ지자체 산하 140개 민간단체가 35건, 25억원을 허투루 쓴 것으로 적발됐다. 환경부 산하 한 협회는 18억원 규모의 행사를 진행하며 쓰고 남은 보조금 1억원가량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 협회는 비용을 부풀려 2년간 약 8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새는 정부 재정을 환수하는 재정환수법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일각에선 예산이 집행된 후 되돌려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환수와 동시에 사전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며 “환수와 동시에 사전 심사를 보다 철저히 진행해 정부 보조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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