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법적 유료콘텐트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붕괴의 진원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다.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단말기 가격은 높아졌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신규 구입을 꺼리면서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전략이 유료콘텐트를 ‘무료 미끼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단말기 가격을 낮추면 된다. 최양희 미래부장관은 “단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법을 이용한다면 정부 입장에서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제조사는 가격인하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가격 방어와 판매량 제고를 위해 대표 대중문화 콘텐트인 음원ㆍ전자책 등의 무료 마케팅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사례는 수두룩하다. 지난 9월 국내에 론칭한 라디오형 스트리밍 ‘밀크뮤직’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사용하는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으면 360만 음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4, 태블릿 갤럭시탭S에 탑재돼 제공되는 디지털잡지서비스 ‘페이퍼가든’ 역시 보그ㆍ엘르 등 총 27종의 매거진 콘텐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런 상황은 ‘콘텐트=무료상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콘텐트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론 유료콘텐트 시장을 무너뜨리는 ‘위험인자’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니즈가 없는 이용자에게도 콘텐트 무료이용을 강제해 높은 단말기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료콘텐트를 단말기 가격에 포함시켜 소비자가 비싸게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콘텐트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단통법이 유료콘텐트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염 의원은 “스마트폰을 비싼값에 팔기 위해 자본력을 앞세워 무료콘텐트를 미끼로 활용하는 것은 유료콘텐트 시장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기조인 디지털콘텐트진흥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특히 음악시장의 경우, 자본력을 앞세워 대기업이 무료음악을 제공하면 10년에 걸쳐 이뤄낸 합법 유료음악시장은 한번에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콘텐트산업의 육성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들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거대자본의 이익을 위해 콘텐트가 무분별하게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라며 “콘텐트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질서를 확립하고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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