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훈 바인에프씨 대표
그가 나온 영화는 안 봤어도 ‘오드리 헵번’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만인의 연인’ ‘최초의 개런티 100만 달러 스타’ 수식어만 여럿 따라다닌다. 이런 오드리 헵번 이름을 내건 카페가 국내에 있다. 그녀의 아들들이 깊게 관여하고 오드리 헵번 바라기가 카페를 홍보한다. 결정적으로 이들을 모두 연결한 이가 있다. 김석훈 바인에프씨 대표다. 그를 만나봤다.

‘커피빈’이 들어설 뻔한 자리였다. ‘커피빈’을 제치고 등장부터 화려한 이 카페. 도대체 정체가 뭘까. 오드리 헵번과는 또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그런데 이 카페는 ‘와규 초밥’ ‘오색전을 올린 잔치국수’로 유명한 셰프의 국수전의 김석훈 바인에프씨 대표가 만들었다. 퓨전 한식으로 외식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김 대표다. 생뚱맞게 ‘오드리헵번’을 들고 레드오션의 카페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
✚ 만인의 연인 오드리 헵번 이름을 내걸고 카페를 오픈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처음부터 오드리 헵번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우연찮게 오드리 헵번 사진을 접하게 됐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간 오드리 헵번을 ‘콘텐트’로 개발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 그게 커피숍이 된 건가.
“맞다. 2011년 6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커피박람회에 참석했다가 ‘미스터 빈’과 축구선수 ‘펠레’를 내세운 카페를 봤다. 커피가 아닌 콘텐트를 내세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오드리 헵번’이라는 콘텐트를 내세워 카페를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
✚ 오드리 헵번과 커피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언뜻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죽기 직전까지 ‘남을 위한 삶’을 살았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음료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게 커피다. 맛도 향도 그렇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실행에 옮기는 건 아니다. 실행에 옮긴다고 현실로 이뤄지는 건 더더욱 아니다. 오드리 헵번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카페를 오픈하겠다는 상상을 실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단 그녀의 이름을 사용하려면 오드리헵번 재단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처음 재단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년 정도의 설득이 이어졌다. 배고픈 자가 먼저 문을 두드리는 법. 김 대표는 ‘정공법’을 택했다. 오드리 헵번의 둘째 아들이자 오드리헵번 재단 대표인 루카 도티가 일본에 방문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해 6월 말 일본으로 날아갔다.
오드리 헵번 둘째 아들 만난 사연
✚ 루카 도티와의 만남이 성공 비결이였나.

그렇게 오드리헵번 재단의 승인을 어렵사리 받았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이때부터였다. 오드리헵번 카페는 오드리헵번 재단 측에서도 최초의 상업적 시도였다. 그렇다 보니 재단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 카페 인테리어는 물론 메뉴, 소품 하나하나까지 오드리헵번 재단과 협의를 거쳐야 했다. 김 대표 입장에서 보면 ‘오드리헵번’ 카페지만 그녀의 두 아들에겐 ‘어머니의 카페’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지난해 8월 오드리헵번 카페 1호점이 세상에 빛을 봤다. 무엇보다 오드리헵번 카페는 오드리 헵번을 충실히 담고 있다. 컵홀더부터 진동벨, 테이블에까지 오드리 헵번의 얼굴이 오롯이 담아 놨다. 카페 한편에는 그녀의 첫째 아들 숀 페러가 오드리 헵번 일생일대기를 쓴 「오드리 헵번, 우아한 영혼(Audrey Hepburn, An elegant spirit)」이란 책이 놓여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벽면에는 평상시 보기 힘들었던 오드리 헵번의 일상 사진이 걸려 있다. 그녀의 얼굴이 들어간 텀블러, 머그잔 등도 한쪽에 놓여 있다. 누가 봐도 오드리헵번 카페다.
✚ 여의도 직영점에 방문했었다. 오드리 헵번이 아들들에게 만들어준 레시피 그대로의 브라우니도 팔더라.
“맞다. 오드리 헵번은 마른 몸매와 달리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했다. 단지 절제했을 뿐이다. 오드리 헵번 첫째 아들이 주로 그녀가 평상시 즐기고 자신에게 만들어 줬던 음식 레시피를 보내준다. 그중에 카페와 어울리는 디저트가 많다. 앞으로 그녀가 사랑하던 디저트를 하나둘 공개할 작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카페 평생 오드리 헵번만 바라본 ‘오드리 헵번 바라기’가 홍보를 맡고 있다.

오드리 헵번 ‘열혈팬’이 직접 홍보
배우 활동을 하면서도 줄곧 오드리 헵번 피겨를 만들었던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오드리 헵번의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올렸다. 이런 그를 ‘세상에 이런일이’ 촬영팀이 취재해 갔고 지난해 초 그는 ‘오드리 헵번 중독남’으로 전파를 탔다. 때마침 오드리헵번 카페 라이선스를 막 획득한 김 대표가 방송을 봤다. 김 대표는 무작정 그를 찾아가 함께 일하자고 했다.
✚ 오드리 헵번의 마음에 들 만한 채용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를 영입한 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처음 김 대표는 그를 뽑아놓고 어디에 써야 할지 한동안 고민했다. 다행히 그는 배우 시절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한 덕에 이것저것 할 줄 아는게 많았다. 임 대리는 홍보는 물론 오드리 헵번 관련 상품 제작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오드리헵번 재단과 바인에프씨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해 9월 루카 도티가 방문했을 때 임정도 대리는 자신이 만든 오드리헵번 피겨를 그에게 선물했다.
갓난아이인 루카 도티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고 만든 피겨였다. 어머니 피겨를 받아든 루카 도티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올 9월에 한국에 방문한 루카 도티는 임 대리가 지금까지 만든 ‘피겨’를 보고 싶어 했다. 바인에프씨 본사에 방문해 진열된 피겨를 본 루카 도티는 “퍼펙트(Perfect)”를 연발했다.
✚ 오드리헵번 카페는 지난해 8월 1호점(직영점) 오픈했다. 그런데 1년이 넘었는데도 매장 수가 20개를 넘지 않는다. 매장 오픈이 조금 더딘 것 같다.
“재단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어머니를 내세워 사업을 하는 거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거라 폐쇄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한국 시장은 물론 우리 회사에 대해 잘 모르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하지만 재단 측에서도 ‘오픈’하는 게 많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한 건 0.1% 수준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많다.”

“고민되는 부분인 동시에 프랜차이즈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커피뿐만 아니라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을 보면 진득하게 가는 브랜드가 별반 없다. 앞으로도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우리만의 색을 갖고 갈 계획이다. 처음부터 오드리 헵번이라는 콘텐트를 갖고 차별화된 커피숍을 열겠다고 결심했고 이 기조는 변하지 않을 거다.”
✚ 이제까지 홍보가 제대로 안된 게 사실이다. 파르나스몰에 조만간 점포를 오픈하면 일종의 붐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붐을 원하진 않는다. 무게 있는 전개를 원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적당한 범위 안에서 10년, 20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 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
✚ 점포는 몇개 정도 오픈할 계획인가.
“150개 정도 생각하고 있다.”
✚ 150개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웃긴 얘기인데 누구나 점포수를 잣대로 브랜드를 판단한다. 나도 그랬다. 점포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매장이 잘 되는 게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333법칙’이 있다. 잘되는 매장 30%, 어중간한 매장 30%, 잘 안 되는 매장이 30%면 성공한 브랜드라고 본다. 하지만 오드리헵번은 전체 50% 이상을 잘되는 매장으로 만들 거다.”
✚ 커피 프랜차이즈가 늘고 있다. 기획형 프랜차이즈나 먹튀도 있다. 오드리헵번 카페 가맹점주는 이런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7년 동안 셰프의 국수전을 비롯해 다양한 외식사업에 뛰어들어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카페 사업은 처음 뛰어드는 거지만 지금까지의 외식사업 경험을 십분 살릴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가장 중요한 건 오드리 헵번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거다. 똑같은 카페가 아니다. 우리 카페에는 콘텐트가 살아 있다.”
매장수보단 ‘브랜드’로 승부
✚ 오드리헵번 카페에 경쟁 상대가 있나.
“없다. 우리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갈 거다. 처음에는 무수히 많은 커피숍을 경쟁상대로 올려놨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의 음료, 인테리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역시 오드리헵번 카페를 10개 이상 오픈하지 못했다면 몰랐을 거다. 일종의 연륜이랄까. 지금까지 보낸 시간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점주들의 원성과 불만, 고객들의 반응을 통해 얻은 결론이기도 하다.”
✚ 바라는 게 있나.
“이제까지 미디어에 과거 어려웠던 얘기가 많이 노출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떻게 신문을 돌렸고 지금의 자리에 어떻게 올랐는지에 대해 많이 나왔다. 언제부턴가 이런 이야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 왜 이런 부분을 어필해야 하나 싶었다. 이제는 정말 잘 만든 브랜드로 성공한 이야기만 하고 싶다.”
✚ 조만간 그렇게 될 것 같다.
“고맙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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