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추 광대의 ‘순수한 모욕’
꼽추 광대의 ‘순수한 모욕’
  • 김현정 체칠리아
  • 호수 106
  • 승인 2014.09.02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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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리골렛토(Rigoletto)①

리골렛토(Rigoletto)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 「쾌락에 빠진 왕」의 스토리를 그대로 옮겨 작곡한 오페라다. 하지만 왕을 모욕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베니스 공연에서 허가를 받지 못했다. 베르디(Verdi)는 주인공 왕을 만토바 공작(il duca di Mantova)으로 바꿨다. 하지만 공작의 연애행각, 저주에 관한 부분도 수정을 요구받았다. 기존 프랑스어 대본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대대적인 수정이 이뤄진 이유다.

▲ 오페라 리골렛토는 꼽추 광대를 주인공으론 내세워 눈길을 끈다.[사진=뉴시스]
이 작품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ㆍ춘희),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와 함께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3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리골렛토 같은 꼽추 광대를 주인공으로 삼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바그너의 웅장하고 권위적인 음악과 비교해 순진하면서 서민적인 면이 강하다. 스트라빈스키(Stravinsky)는 “매우 순수하고 높은 창작력”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베르디 작품에 언제나 등장하는 부녀父女간의 동지적ㆍ헌신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점도 색다르다.

#1막=쾌락을 즐기는 자유인 만토바 공작이 파티를 연다. 공작은 파티에서 귀부인들에게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자랑한다. 그런 그가 체프라노(Ceprano) 백작 부인과 함께 퇴장하자 그 백작이 질투를 하고, 이를 본 광대 리골렛토가 (백작을) 조롱한다. 파티가 계속되는 가운데 몬테로네(Monterone) 백작이 갑자기 나타나 만토바 공작이 자신의 딸을 유혹했다며 거세게 항의한다. [※몬테로네 백작의 딸은 공작에게 납치돼 강간당한 후 집으로 보내졌다.

리골렛토는 항상 공작이 백작 딸을 납치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를 본 리골렛토가 또다시 몬테로네 백작에게 욕설을 퍼부어대며 놀려댄다. 그러자 몬테로네 백작이 리골렛토를 저주한다. 순간 리골렛토는 마룰로(Marullo)가 한 말이 떠올라 불안해한다. 마룰로가 그에게 숨겨둔 정부가 있다고 의심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한 비밀이 있었다. 그의 딸 질다(Gilda)를 집안에 꼭꼭 숨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청부살인업자 스파라푸칠레(Sparafucile)는 “리골렛토의 원수들을 처치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동업자인 그의 여동생이 남자들을 외딴 은신처로 끌어들여서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리골렛토는 그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사이 우연히 질다를 본 만토바 공작이 정원으로 들어와 학생인 척한다.

인기척에 놀란 공작은 퇴장하지만 질다는 이방인 학생으로부터 사랑을 느낀다. 마룰로는 리골렛토를 놀리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리골렛토가 숨겼다고 믿는 정부를 납치하기 위해서 리골렛토에게 도움을 받게 만든다. 눈을 가리고 있던 리골렛토는 자신의 집 계단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몬테로네의 저주가 시작됐음을 깨닫는다. 그의 딸 질다를 납치해 간 거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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