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한 반칙 부르는 ‘1등 유혹’
추한 반칙 부르는 ‘1등 유혹’
  •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 호수 94
  • 승인 2014.05.28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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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부정을 저지르면 처벌을 받는다. 그럼에도 같은 부정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을 바꿔야 부정이 사라질까. 답은 간단하다. 경쟁을 부추기고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의 생태계를 탈바꿈시키면 된다.

▲ 우리 사회는 승자독식사회다. 반칙과 결과만 중시하는 이가 늘어나는 이유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병에 걸렸다면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만약 몸 안에 악성 종양이 생겼다면 수술을 해서 이를 떼어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종양을 떼어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럼 궁극적인 해결책, 치료는 무엇일까. 답은 병이 생길 수 있는 여러 조건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의 병리현상은 어떠한가. 우리는 누군가 정해진 규칙을 어긴 경우 이를 범죄라고 지칭하고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그 결과를 제거하는 것에 불과할 뿐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환경을 변화시켜야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명문대 로스쿨생이 교수 연구실에 잠입,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총 4차례에 걸쳐 교수들의 PC를 해킹한 사건이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시험과목마다 ‘완벽에 가까운 답안’을 내며 전과목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범행 일체가 발각돼 학교에서 영구제적 처분을 받았고,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토익시험과 관련된 부정도 끊이지 않는다. A씨는 소형 영상 송수신기를 직접 제작한 뒤 토익 고득점자와 고득점을 원하는 의뢰자를 모집했다. B씨는 한 고사장에서 작은 크기의 무선 영상송수신장비로 자신의 답안을 유출했다. A씨와 B씨는 업무방해죄로 벌을 받아야 했다.

 
수능시험에서도 부정사례가 끊임없이 쌓이다 급기야 사기사건까지 발생했다. C씨는 수능 전날 인터넷 게시판에 ‘수능 시험지를 장당 100만원에 팔겠다’는 허위글을 수차례 올려 수험생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려 했다. 결국 그는 사기미수로 불구속 입건됐다. 수능부정, 토익부정 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을 받아도 부정은 그치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궁극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쟁사회다. 모두가 경쟁의 장에 나와서 출반선상에 서고, 휘슬이 울리면 달리기 시작한다. 이런 달리기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성장은 좋은 것이고, 이런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이 좋은 도구라고 우리는 교육받았다. 그래서 어린 나이 때부터 성장하기 위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승자가 된 사람에게 많은 영광이 돌아간다. 어느 개그맨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웃기기도 하지 않았던가. 사실 1등이 가져가는 몫과 2등이 가져가는 몫이 너무나 차이가 난다. 우리 사회를 ‘승자독식사회’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라면 누군가는 규칙을 어겨서라도 1등이 되려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 유혹에 넘어간 반칙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반칙이 나올 수밖에 없는 토양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쟁은 특정 시대를 반영하는 이념에 불과하며, 불변의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 부족한 사람도 넉넉히 품어 주는 세상이 된다면,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1등이 되려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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