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던 시대가 있었다. 이유는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는 것 외엔 딱히 없었다. 이에 대한 깊은 반성으로 도입된 것이 적법절차 원리다.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면 위법이라는 얘기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의 얘기다. 주인공 송 변호사가 자주 찾는 국밥집 주인장의 대학생 아들은 어느 날 정보기관에 잡혀간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아들을 찾아 헤맨다.
아들이 무슨 이유로 사라졌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어머니는 자식 염려와 두려움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체포 사실을 가족에게 알려줬더라면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할 방법을 강구했을 것임에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기 일쑤였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깊은 반성으로 목적이 제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그를 달성하기 위한 절차 또한 적법해야 한다는 원리가 도입됐다. 이것이 ‘적법절차 원리’다.
이 원리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적법한 절차와 국회가 정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범죄와 형벌은 반드시 법률에 정해야 하고, 새롭게 만든 법으로 과거의 잘못을 벌해서는 안 되며, 한번 처벌한 것을 재차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 적법절차원리의 이념을 반영한 내용이다. 고속도로 확장을 예로 보자. 사업주체인 정부는 고속도로 인근의 토지를 원래의 소유자로부터 취득해야 한다. 국가는 공익사업을 위해 국민의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사업 내용을 사전에 알리고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하는 등 법률에 따른 절차를 충실하게 밟아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야 적법한 취득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A씨는 2009~20 12년 충남 아산시 도고면 소재 임야와 밭 소유권을 취득했다. 그런데 해당 토지 위로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선이 지나고 있었다. 이에 따라 A씨는 한전을 상대로 철거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의 공익적 기능, 막대한 철거 비용 등을 들어 철거에 반대했다. 판부는 “송전탑이 아산시와 예산군에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핵심시설이지만 송전탑이 A씨의 토지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음이 명백하다”며 “한전이 법령상 규정된 사용권 취득 절차 없이 송전탑을 설치했고, 오랜 기간 보상과 배상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송전탑과 고압 송전선을 철거하고 토지사용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적법절차를 거쳐 토지사용권을 취득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사례에서 보듯 적법절차는 인권보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의 인권이 심대하게 유린되는 세상을 벗어나는 데는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 희생에 깊이 감사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인류가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도 조속히 ‘적법절차’의 혜택을 받기를 기원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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