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계 자본이 국내 대부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50%가 넘었고, 당기순이익은 국내 업체의 9배에 달한다. 문제는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세력을 넓힐수록 급전이 필요한 서민의 삶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대책이 필요할 때다.
저소득ㆍ저신용자가 돈을 빌릴 수 있는 마지막 창구 ‘대부업계’. 이 업계는 일본계 자금이 장악하고 있다. 활발한 마케팅과 강력한 영업력이 무기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는 20곳(자산 100억원 이상 기준)에 달한다. 같은 기준의 등록대부업체수는 92개. 전체의 21.7%가 일본계라는 얘기다. 대부잔액 기준으로 계산하면 시장지배력은 더 강해진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잔액은 4조4000억원으로, 전체 8조1000억원의 55.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부업계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A&P파이낸셜(러시앤캐시)과 산와대부(산와머니)의 대부잔액은 각각 1조7128억원, 1조2672억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일본계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시장장악력은 더 강해질 듯하다. 최근 일본계 금융인 J트러스트가 KJI대부와 하이캐피탈대부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일본계 대부업체는 1998년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자 국내에 진출했다. 합법적인 고리대 사업이 가능해져서다. 일본내 대부업 영업규제가 강화된 것도 한국시장에 둥지를 튼 이유 중 하나다. 일본은 2000년과 2006년 대부업체의 불법추심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법령개정을 통해 이자율 상한을 낮추고 대부업체 감독을 강화했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자국에서의 영업이 힘들어지자 국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일본에 비해 법정이자율이 높은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자율 상한은 34.9%로 일본의 20.0% 보다 14.9%포인트 높다. 이렇게 높은 이자율이 일본계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였고, 이들은 공격적인 자산운용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갔다. 국내 대부업체가 담보대출에만 치중해 급전이 필요한 서민의 신용대출을 등한시한 것과는 대조적 행보였다.


일본계 늘어나면 서민 괴로워져
대부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부업체가 담보대출에 집중할 때 일본계 대부업체는 소액신용 대출에 집중했다”며 “가계생활자금이 부족한 저소득층을 주요 타깃으로 잡은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자본력을 무기로 광고와 무이자 혜택 이벤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편리성과 신속성까지 갖추고 있어 계속해서 시장지배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업체와 일본계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내 대부업체인 웰컴크레디라인대부가 업계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계 업체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업계 1위와 2위인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각각 1572억원, 841억원에 달하지만 웰컴크레디아인대부는 326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우리 서민에겐 달갑지 않다는 점이다. 높은 금리와 엄격한 채권추심으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세력을 넓힐수록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궁지에 몰릴 건 불보듯 뻔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계 대부업체의 급속한 시장지배력 확대에 따른 서민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이 우려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과 자산운용, 영업행위 등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계 대부업체와 대형 대부업체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면서 중소형 대부업체가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국내 등록 대부업체수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24일 기준 등록 대부업체수는 9848개로 지난해 6월말 1만223개에서 357개가 줄었다. 등록대부업체수의 감소가 우려되는 이유는 고리사채를 일삼는 무등록 대부업체가 증가할 수 있어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대부업계 재편의 영향으로 중소형 대부업체가 줄어들고 있다”며 “영업이 어려워진 중소형 대부업체가 무등록 대부업체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무등록 대부업체가 늘어날수록 서민층이 고리사채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진다”며 “금융당국의 서민 금융을 위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이자율 상한을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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