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엔 꽃과 나무를 즐겨라
4월엔 꽃과 나무를 즐겨라
  • 이병진 고문
  • 호수 85
  • 승인 2014.03.2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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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 골프장의 4월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시기다. [사진=뉴시스]
대부분의 골프장 경영자는 꽃에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쏟는다. 연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들의 향연이 시작됐다. 4월의 골프 포인트를 꽃으로 잡는 것은 어떨까. 골프시즌 초인만큼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골프장 평가 잣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은 코스 레이아웃일 것이다. 코스설계가 잘 돼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린을 꼽는 전문가도 많다. 필자는 이 편이다. 그 외 블라인드 홀(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홀)이 최소화일수록, 잔디의 건강상태 등이 우선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그렇다면 골프장 소유주가 생각하는 골프장의 잣대는 무엇일까. 딱 “이거다!”고 꼬집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가장 성취하고 싶은 것은 ‘골프장의 정원화’일 것이다. 코오롱그룹을 세운 이동찬 명예회장은 소문난 골프광이다. 그는 역작인 우정힐스CC를 건설한 뒤 매우 흡족해했다. 이 명예회장을 기자 시절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골프장 얘기만 나오면 나무를 많이 언급했다. 특히 예쁜 꽃이 피는 유실수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관련 지식 또한 기자가 수첩에 메모해야 할 정도로 전문가 수준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아호 우정)을 딴 만큼 골프장을 가꾸는데 심혈을 기울였는데, 전국 어느 골프장에 어떤 나무가 있다는 것쯤은 훤히 꿰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구하느라 직접 뛰어다녔던 에피소드도 들려주곤 했다. 이 명예회장은 우정힐스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하면서도 “다만, 안양CC의 꽃과 나무가 부럽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안양CC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생존 시절 ‘안양CC의 조경사는 이병철 회장’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고 이 회장은 골프장의 꽃과 나무에 지나치리만큼 적극적이었다. 안양CC는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다. 일본 기업가들에게도 위대한 경영인으로 칭송받는 고 이 회장은 자신 역시 일본을 사랑했으며, 특히 일본의 상징인 벚꽃의 화려함에 심취한 것 같다. 안양의 1~3번 홀을 휘감는 아름드리 벚꽃나무 무리들은 4월이면 피기 시작하고, 만개할 때 흩날리는 장관은 일본인들조차 경악할 정도다.

‘월급장이 경영자’로선 안양 지배인 출신 조한창씨가 골프장 꽃의 대가로 손색없다. 안양ㆍ남부ㆍ이스트밸리를 거쳐 드디어 지난해 개장한 더 스타휴(경기 양평) 주주가 됐는데 그가 거친 골프장은 아름답고 화려한 꽃 정원이 코스에 펼쳐졌다. 그는 “골프장의 승부는 서비스 외에 코스나 나무가 아니라 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려한 자태 뽐내는 ‘골프장의 봄’

‘골프장 경영 대부’ 박용민 춘천CC 전 사장도 꽃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그는 춘천CC(라데나) 사장 시절 농약에 약한 야생화가 희생되는 게 안쓰러워 홀 주변 야생화가 피는 곳엔 일체의 농약 살포를 금지했다. 결국 골프장 전체를 무농약으로 변모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1992년 개장한 은화삼CC는 꽃으로 승부를 건 골프장이며, 건설업으로 성공한 최철종 회장은 백암CC(비에이비스타)를 건설한 이유 가운데 하나를 “꽃이 좋아서”로 들었다.

필자는 골퍼 초년생이던 30여년 전 이맘때 남서울ㆍ뉴코리아ㆍ서울한양CC의 코스를 따라 출렁이는 개나리의 노란 물결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특히 뉴코리아CC에선 벚꽃의 흐드러진 꽃비를 맞은 기억이, 무거운 골프백을 멘 처녀 캐디와 함께 융단처럼 펼쳐진 페어웨이를 걸었던 것보다 훨씬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

아무튼 대한민국 대부분의 골프장 경영자들이 꽃에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쏟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연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들의 향연이 지금부터 시작됐다. 4월의 골프 포인트를 꽃으로 잡는 것은 어떨까. 골프 시즌 초인 만큼 스코어가 좋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지난호에 그 이유를 설명했다. 차라리 스코어를 포기하고 4월의 골프 라운드는 꽃과 함께 즐기는 색다른 여유를 권하고 싶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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