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감축 플랜에 숨은 자국車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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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 기자
  • 호수 85
  • 승인 2014.03.26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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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모델 ‘프랑스 제도’ 살펴보니…

▲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모델은 프랑스다. 하지만 프랑스 제도의 목적은 우리와 다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정부가 시행하려는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모델은 프랑스의 ‘보너스-맬러스(Bonus-Malus) 제도’다. 하지만 프랑스 제도는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사실상 기술적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가 실상을 제대로 보지 않고 ‘제도’만 수입했다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보조금-부담금(Bonus-Malus)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외적인 목적은 환경을 보호하고, 소비패턴의 변화를 유도하며, 친환경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질적 이유는 자국 자동차산업의 보호다. 디젤엔진과 소형차에 강점이 있던 프랑스 자동차 완성차업체들은 당시 수입차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2007년 프랑스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ㆍ푸조 등 자국 메이커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2% 줄어들었다. 반면 수입차는 전년 대비 7.6%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부담금 제도는 큰 효과를 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08년 프랑스 자동차 시장에서 자국 메이커의 판매량은 전년비 2.1% 증가했다. 수입차 메이커의 판매율은 마이너스 3.9%로 뚝 떨어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차 업체들의 중대형차ㆍSUV 모델이 제도시행으로 타격을 입은 셈이다. 하지만 역효과도 있었다. 프랑스의 보조금-부담금 제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은 300~5000유로, 부담금 200~2600 유로를 부과한다. 제도시행 첫해인 2008년 보조금은 5억5500만 유로를 지급했다. 부담금은 2억6100만 유로를 걷었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신차 구매자를 위한 보조금이 부담금의 2배를 넘었다.

2009~2011년 지급된 보조금이 거둬들인 부담금보다 더 많았다. 제도 시행 5년차인 2012년에 와서야 보조금ㆍ부담금이 균형을 이뤘지만 보조금 지급에 따라 재정적 부담은 약 5억 유로에 달할 정도로 가중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가 보조금을 받는 차량을 선택하면서 보조금 지급액이 늘어난 거다. 보조금 지급대상 차량은 2007년 30.5%에서 2008년 44.3%로 급증했다. 부담금 징수대상 차량은 같은 기간 23.5%에서 14.2%로 줄어들었다.

▲ [더스쿠프 그래픽]
문제는 또 있다. 프랑스의 보조금-부담금 제도는 시행 이후 연간 24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축됐다고 평가받는다.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8년 1㎞당 120g에서 2010년 111g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더 큰 메탄, 이산화질소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온실효과에 작은 영향을 끼치는 이산화탄소를 잡으려다 재정만 낭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프랑스는 최근 저탄소차로의 전이효과를 높이기 위해 ‘슈퍼보너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구입한 지 15년 이상이 된 노후차량을 폐차하고 신차를 구매하면 추가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자동차 내수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제도를 벤치마킹했지만 그들이 무엇을 위해 이 제도를 시행했는지는 따져보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신차 구매자의 비용부담만 커지고 온실가스 절감효과는 작은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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