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 박수 치며 보내라

유순신의 CEO Stroy

2013-12-04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직장생활은 개인 삶의 일부분이다. 퇴직은 큰 변화이고, 인생 자체를 뒤흔드는 큰 사건이다. 때문에 회사의 고마움이 담기지 않은 퇴직은 퇴직자에게 서운함 혹은 분노를 안겨줄 수도 있다. 퇴직하는 사람에게 예우를 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헤드헌터로 첫 발을 내디딘 게 1993년이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명함파일에 저장된 인사만 해도 1만명을 넘어섰다. 처음 만났을 때 직함이 중간관리자급이었던 이들은 어느덧 사장이나 임원 직함으로 바뀌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이들의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를 경영했던 K 전 회장은 평소 ‘인본주의’를 몸소 실천한 사람이었다.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훌륭하고 덕망 있는 경영자로 꼽혔다. 3년 전, K 회장 비서실에서 우편물이 배달됐다. 회장의 퇴임식 초청장이었다.

성숙하지 않은 퇴임 문화

퇴임식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60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진행됐다. 초대 받은 사람의 절반가량은 내부 직원들이었고 그 외에는 거래처, 지인, 본사에서 보낸 임원 등이 퇴임식 자리를 채웠다. 송사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퇴임식이 진행됐다.

그런데 퇴임식에 참석한 이들의 눈길을 끈 이벤트가 있었다. 본사에서 보내준 영상이었다. 한국어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시詩, 인사말, K 회장의 개인사, 회사에 남긴 업적 등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제작해 상영한 것이다. 퇴임하는 회장도, 기념회에 초대된 내빈들도 감동에 젖었다. 지금껏 봐왔던 퇴임식과는 달라서였다. 일반적으로 퇴임식은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련 이벤트는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날 퇴임식은 퇴직자의 공로를 인정하고, 그 공로를 되새겨 보는시간이었다. 때문에 단순히 아쉬움을 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자리였고, 회사와 개인에게 모두 유종의 미를 남겼다.

취임과 퇴임, 승진과 이직이란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연말 인사철이 다가왔다. 채용시장에 몸담고 있다 보니 이런 단어들이 시즌용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퇴직은 경우에 따라 자발적일 수도 강제적일 수도 있다. 강제적인 퇴직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퇴직 대상자를 통보할 시점에 이미 회사에서는 예정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정리해놓고 후임 채용까지 완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직장생활도 개인 삶의 일부분이기에 퇴직은 큰 변화이고, 인생 자체를 뒤흔드는 큰 사건이다. 때문에 회사의 고마움이 담기지 않은 퇴직은 퇴직자에게 서운함 혹은 분노를 안겨줄 수도 있다. 인재로 잘 썼던 만큼 보낼 때도 잘 보내줘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의 산업시장이 선진국 대열에 가까워질수록 개방적인 채용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등의 고용문화가 점점 일반적인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고용시장이 성숙해간다는 거다. 반면 퇴임문화는 그렇지 못하다. 앞서 말한 유종의 미를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에 꼭 필요한 매너

회사가 외부에서 훌륭한 인재를 채용해 그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때 회사의 자산이었던 직원에게 마지막을 알리는 일에도 매너가 필요하다. 게다가 개인이 회사에 남기는 이미지만큼 회사가 개인에게 안겨주는 마지막 이미지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지관리가 당장의 득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화는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자정리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상하관계든 조력자로든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쓸모를 다 했다고 무성의하게 보내기보단 그동안의 업적을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서로가 좋은 파트너였다는 말해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usie@youn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