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든 투자든 ‘때’ 잘 맞춰야

기성준의 재테크 바이블

2013-11-25     기성준 KDB생명 팀장

목표도 없이 무조건 뛰어드는 ‘묻지마 투자’는 파국을 부른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돈을 모을 수 있는 시기를 잘 구분하고, 본인의 현금흐름을 명확하게 파악해 이를 토대로 재무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다. 연령별로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 사회생활 2년차인 김영호(28)씨. 적금 만기를 앞두고 투자상품을 찾아 은행에 방문했다. 은행 직원은 김씨에게 금리형 상품은 수익이 떨어진다며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최근 몇년 만에 세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데다 국내 기업들이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씨는 곧바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가입한 지 1년이 넘도록 수익은커녕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적금을 들었다면 본전이라도 건졌을 텐데…”라고 후회했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후였다.

사례를 통해 직장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씀씀이가 헤픈 것도 아니고, 저축하고 펀드까지 가입했는데 왜 돈이 모이지 않는 것일까. 원인은 하나다. 수익성이 높은 상품만 쫓아서다. 남들이 좋다고 권하는 상품에 무조건 가입한 것이 처참한 결과를 부른 것이다. ‘묻지마 재테크’의 폐해다. 2007년 차이나펀드 열풍과 2011년 코스피 최고점 경신 이후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것도 ‘묻지마 재테크’가 원인이었다.

자산관리와 펀드투자상담을 병행하는 필자는 고객들에게서 “좋은 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적금만기가 돌아왔거나 연말 성과급을 받아 여윳돈이 생겼으니 투자할 곳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목적을 물으면 답을 하지 못한다. 자금의 용도를 생각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라면 무작정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이는 환자가 증세를 말하지 않고 의사에게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약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의사는 환자를 문진해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환자가 과거에 앓았던 병력은 있었는지, 최근에 생활환경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는지,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야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투자도 똑같다. 투자의 목표와 방향을 탐색해야 적절한 투자전략이 나온다.

똑같은 금융상품으로 자산을 증식하는데 누구는 실패하고, 누구는 성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자들은 재테크에 성공하는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한 목표 설정’에 있다. 명확하게 목표수익률과 자금사용목적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투자습관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습관을 바꾸려면 목표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재무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알아보자.

돈을 모으는 것도 ‘때’가 있어

‘공부는 때가 있다. 남들 공부할 때 열심히 해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한다.’ 학창시절 어른들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공부만 때가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돈을 모으는 것도 ‘때’가 있다. 저축은 아무 때나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돈이라는 게 워낙 변수가 많아서다.

무엇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0년이다. 100세까지 늘어난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인생의 반을 변변한 돈벌이 없이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자산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자산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돈을 갖고 있는 것’이라서다. 평생 돈에서 자유로운 인생을 살자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은 천차만별이다. 본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맞춤형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연령대별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투자 전략을 세우면 된다.

20~30세까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다. 돈을 벌기 시작해 자산을 형성하는 단계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산을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늘릴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수입과 지출을 꾸준히 관리해 현금흐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본인의 현금흐름을 정확하게 알아야 저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금이나 적립식 펀드 등 매월 일정액을 불입하는 형태의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안전하고 위험성이 낮은 투자를 통해 자산증식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이것이 재무관리의 첫단계다.

올바른 저축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저축습관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평생을 돈의 주인으로 사느냐 혹은 돈의 노예로 사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때 돈 쓰는 재미에 빠져 과도하게 지출을 하거나 흘려들은 정보만 믿고 투자를 하면 평생 돈 모으기에 매달려야 한다. 심한 경우엔 자산이 줄어들어 파산을 할 수도 있다.

30~40세는 사회생활을 통해 기본 소득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시기다. 그래서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시기인 만큼 지출 규모도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주택마련과 확장, 자녀양육과 교육 등으로 인해 지출이 증가하는 것이다. 당연히 어떻게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분배할 것인가가 최대의 화두다. 일부는 위험하더라도 수익이 높은 상품에 가입하고, 투자를 한다. 자산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이것이 나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이때의 실패는 남은 인생의 자금운용계획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기를 권한다.

40~50세는 소득이 최고점에 이르는 시기지만, 퇴직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입이 중단됐을 때를 대비해 자산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크게 한방을 터트리는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젊었을 때는 위험자산에 손실을 보더라도 젊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울 수 있지만 40~50세는 아니다. 위험한 투자로 손실을 보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이에 따라 은퇴한 후 소득이 줄거나 중단되더라도 현재 쓰는 만큼의 돈을 충당할 정도로 소득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자산관리가 적합하다.

50~60세 이후는 은퇴 후 여생을 즐기면서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다. 20세부터 50세까지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그 결과가 나타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은퇴 후 30년 간 어떤 삶을 누릴지 결정되는 중요한 때란 얘기다. 결과에 따라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경제적ㆍ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지출계획과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연령별 라이프 사이클 투자전략

간혹 상담을 하다 보면 재무설계(관리)는 흔히 자산가의 전유물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산가들은 재무설계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이 많기 때문에 손실을 보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메울 수 있다.

재무설계가 절실한 이들은 종잣돈으로 목돈을 만들어야 하는 ‘서민’이다. 돈과 정보는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니는 법이다. 여기서 정보는 주식ㆍ부동산 등의 정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본인의 수입지출 등 현금흐름을 인식하는 것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본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성준 KDB생명 팀장 snapdrag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