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섬세할 순 없어

Exhibition | 강형구의 ‘각인’

2013-11-22     김건희 기자

강형구는 극사실주의 화가다. 그가 그린 초상화는 섬세함의 극치다. 털이나 주름 등이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다. 어릴 적 머리카락이나 수염, 눈썹을 잘 그린 덕 혹은 탓에 ‘강털구’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극사실로 치자면 나보다 더 좋은 기량의 젊은 작가도 많고, 성능 좋은 카메라의 사진에 결코 따라갈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극사실이라기보다는 ‘노동집약’이라고 표현한다. “머릿속에 다 그려놓고 난이도가 해결된 상태에서 실제로 작업하는 것은 즐거운 노동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화면에는 빈센트 반 고흐, 오귀스트 로댕, 마릴린 먼로 등 유명인들이 등장한다. 주로 ‘얼굴’이 주제다. 특히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이 많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초상화가 완벽하게 정면을 바라보는 그림은 얼마 안 된다. 그만큼 정면을 바라보는 그림은 관람객에게 거부감을 준다”면서도 “그래도 80% 이상 정면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정면을 응시하는 작품은 생활용품이 됐을 때 싫을 뿐, 예술작품으로 보면 감상자와 교류가 강하다”며 초기의 고집을 유지하고 있다. “정면을 그리다가 피곤하면 측면을 그리기도 한다”고 껄껄거렸다. “측면이 주는 장점도 있다. 정면은 얼굴의 실루엣이 나오지 않는다. 측면은 얼굴이 가진 선과 라인을 표현하기에는 좋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라리오 갤러리에 ‘각인刻印’이란 제목으로 신작 13점과 드로잉 30여점을 걸어놨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