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고 불법 파는 트럭 위의 상인들

2030세대가 본 ‘우리세상’ | 푸드트럭의 빛과 어둠

2013-11-14     이상은 트렌드리포터 김영호유통아카데미 1기

푸드트럭을 활용한 창업이 인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활성화된 푸드트럭은 초기투자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점이다. 푸드트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은 트럭을 개조해 음식을 조리ㆍ판매하는 ‘푸드트럭’의 수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푸드트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등장해 활성화 단계에 있다. 해외에서 들어왔지만 푸드트럭은 어쩌면 한국 실정에 꼭 맞는 창업 아이템일지 모른다. 한국에서 창업하려면 권리금ㆍ임대료ㆍ인테리어비용 등 턱없이 많은 비용이 필요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푸드트럭은 예비창업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작은 트럭과 주방설비만 갖추면 장사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 장사를 정리하더라도 트럭을 팔아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푸드트럭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동력’에 있다. 차를 이용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사무실이 밀집된 곳에서, 오후에는 등산로로 이동해 커피를 팔 수 있다. 조리용 불판이 있다면 출퇴근 시간엔 토스트를 판매하고,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는 오후시간엔 소시지ㆍ호떡을 판매할 수도 있다.

푸드트럭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은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이태원이었다. 유동인구가 넘치는 이태원의 금ㆍ토요일 도로변에선 일렬로 차를 대고 장사를 하는 푸드트럭을 쉽게 볼 수 있다. 푸드트럭은 일요일을 기점으로 줄어들었다가 목요일부터 다시 많아진다. 영업시간은 일반적으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매출이 가장 좋은 시간은 자정~새벽 2시다. 이는 밤문화가 발달된 이태원의 특성 때문이다.

판매하는 음식은 케밥ㆍ모로코식 샌드위치ㆍ베트남 쌀국수 등 외국 음식에서부터 떡볶이ㆍ튀김 같은 분식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일반 점포에서 파는 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싼 편이다. 가격을 더 내리고 싶지만 인근 식당의 견제가 심해 그러기 어렵다. 식당과 비슷한 가격임에도 사람들이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10여년 거주한 미국인 제니퍼 더글라스는 “한국 사람들이 일반가게를 놔두고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먹는 이유와 같다”며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먹으면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업주는 어려움이 많다. 케밥을 파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한석호씨는 “단속이 심해져 빨리 나오고 싶어도 그러질 못한다”며 “손님을 모으기 위해서는 식탁과 의자를 깔아야 하는데 눈치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인도음식을 파는 라샴 탄씨는 “노량진에 있는 포장마차는 합법인데 이태원의 노점상은 왜 불법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외국인이 운영하는 푸드트럭의 단속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푸드트럭이 밀집한 거리 맞은편엔 이태원 지구대가 있다. 푸드트럭 운영자는 언제 있을지 모르는 단속에 불안해했다. 하지만 주변 매장 상인들은 신고할 때만 단속을 나온다며 불평을 늘어놨다. 푸드트럭 영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배영기 푸드트럭 전문컨설팅 업체 두리원F&F 대표는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선 푸드트럭을 법적으로 허가해주고 있다”며 “무작정 단속하고 규제하는 것보다는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소비자, 업주, 인근 상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