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국가 불행한 국민
해마다 치솟는 자살률 … ‘한강의 기적’에 숨은 슬픈 자화상
누군가는 ‘기적’이라고 했다. 눈부신 경제성장에 대한 찬사였다. 한국경제는 그렇게 ‘성장도로’를 고속으로 질주했다. 각종 경제지표도 한국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1635억 달러로 세계 15위의 규모다. 1인당 GDP는 2만3679달러로 세계 34위를 자랑하고 있다. 식민지 지배와 동족전쟁을 겪은 ‘비참한’ 나라가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할 만큼 성장했다는 얘기다.
사회개인주의로 공헌해야
이렇게 부유해진 한국에 살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잘살아보자고 목청을 높였던 시기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행복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치는 자살률이다. 행복한 사람이 많다면 자살률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8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기적’으로 불리는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만 5년 동안 900명을 넘어섰다. 그렇다. 나라가 부유해져도 국민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저자의 물음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글로벌 금융투자회사의 잘 나가는 ‘트레이더’였던 저자는 모든 걸 버리고 여행을 떠난다. 경제적 부유함으로 채워질 수 없는 공허함 때문이었다. 그는 10년간 인도ㆍ아프가니스탄ㆍ부에노스아이레스 등 100개국을 돌아다니며 행복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던 중 한국ㆍ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문화권 국가의 공통적인 문제점을 발견한다.
경제를 성장시키는덴 성공했지만 정작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과 일본은 높은 자살률ㆍ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 시달리며 ‘행복도상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며 이렇게 비판한다. “비판 없이 언론의 시각을 수용하는 문화, 개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문화가 있는 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개인보다 집단과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이 억눌려 행복지수가 낮다.”
개인의 행복 막는 문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한 방법은 ‘사회개인주의’다. 사회개인주의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수단화하는 공리주의와는 다르다. 사회개인주의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해 만족을 얻고 사회에 공헌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다소 뻔한 주장이지만 되새겨봄직 하다.
북 에디터 한마디
한국 사회는 암묵적으로 국가와 단체를 우선시할 것을 강요한다. 항상 나보다는 우리가 먼저이고 그 단위가 커질수록 더 큰 충성을 요구한다. 선택의 자유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교육 받았다. 하지만 행복은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다. 개인이 행복해야 단체가 행복하고 나아가 국가가 행복해 질 수 있다. 행복에는 개인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그 시작은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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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