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불공정 의혹 “수입차 사장은 괴로워”

국감장에 선 수입차 CEO

2013-11-08     박용선 기자

수입차 CEO들이 정무위의 공정위 국감장에 증인으로 섰다. 김효준ㆍ정재희ㆍ브리타 제에거ㆍ임준성 대표 등 4명이다. 가격 담합, 수입사-딜러사간 특혜 등 불공정 거래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번 국감을 계기로 수입차 시장 태동과 함께 논란이 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10월 15일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 국내 수입차업계 CEO가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와 브리타 제에거(Britta Seeger) 벤츠코리아 대표, 정재희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포드코리아 대표), 벤츠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관계사 ‘한성인베스트먼트코리아’의 임준성(림춘셍林春生) 대표 등 4명이다.

김효준 대표와 정재희 회장은 수입차 1세대 CEO로 통한다. 수입차의 초기 성장 단계인 1990년 후반부터 현재까지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이번 국감에서 수입차업계를 대표해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다.

김 대표는 1995년 BMW코리아 설립 당시 재무 담당 이사를 맡았고, 2000년 대표에 올랐다. 현재 BMW코리아를 국내 수입차 시장 부동의 1위로 올려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총 2만8152대를 판매했다. 전체 수입차 시장의 21.51%다. 이처럼 김 대표는 BMW코리아는 물론 수입차의 양적 성장을 이끈 CEO로 꼽힌다.

하지만 질적인 성장 측면에선 선두업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해외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투명하지 못한 가격 때문이다. 수리비 역시 국산차에 비해 평균 3~4배 비싸고, 애프터서비스(AS)의 질도 떨어진다.

10월 15일 국감에서 거론된 문제도 수입차의 가격 측면이다. 민병두(민주당) 의원은 “수입차업체들이 ‘세일즈 위원회’를 구축해 핵심 영업정보를 공유하는 등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임을 가졌다”며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민병두 의원이 공개한 수입차협회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수입차협회는 2010년 한번과 2011년 두번에 걸쳐 수입차 ‘세일즈 위원회’를 열었고, 이 모임에서 브랜드별 영업 관련 특이사항, 브랜드별 신차출시 일정, 연간 매출(판매) 목표 등을 공유했다.

질적인 성장은 미미해

김효준 대표는 “신차 출시 행사 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영업실적, 매출 목표를 공유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27개 수입차 브랜드가 서로 싸우는 상황에서 서로 협력할 내용이 없다”며 “선두업체인 BMW 입장에서 정보를 알려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정재희 회장은 “당시 (수입차협회 회장) 재임 기간이 아니었다”며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2년 3월 수입차협회 회장직에 올랐고, 당시 모임을 주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포드코리아는 수입차협회 회원사로 2010~2011년 모임에 참가했고, 당시 정 회장은 포드코리아 대표였다. 정 회장은 1995년 포드코리아가 설립되면서 영업과 마케팅 이사를 맡았고, 2001년 대표로 취임했다. 포드코리아는 BMW코리아, 벤츠코리아 1, 2위 업체만큼 국내에서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을 이어왔다. 포드코리아는 지난해 5126대를 판매했다.

한편에선 수입차의 가격 문제가 그들의 능력 밖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외 본사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따라 국내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 판매법인 CEO가 관여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것이다. 수입차의 비싼 가격 문제가 수입차 태동 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논란이지만 고쳐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효준 대표와 정재희 회장이 한국인이라면 임준성 대표는 수입차 1세대 해외 CEO다. 그는 말레이시아인이다. 본명은 ‘림춘셍林春生’. 국내에서 활동을 보다 편하게 하기 위해 임준성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임 대표는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 ‘레이싱 홍’ 그룹의 한국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레이싱 홍 그룹은 1985년 한성자동차를 설립, 국내 시장에서 벤츠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한성자동차는 벤츠코리아의 총 판매대수의 약 52%를 차지하고 있다.

임준성 대표는 1990년대 후반 한성자동차 대표로 부임했다. 이후 2006년 한성자동차는 세계 시장에서 부동산과 자동차 유통업을 펼치고 있는 레이싱 홍 그룹 특유의 강점을 살려 판매와 부동산, 임대사업을 분리했다.

이에 따라 한성자동차는 판매 부문을 맡고 있고, 한성인베스트먼트는 한성자동차의 매장 임대, 새로운 서비스센터 확장 등과 관련된 부동산 투자 사업을 하고 있다. 임준성 대표는 2010년까지 한성자동차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고, 이후 한성인베스트먼트 회장직만을 유지하고 있다.

임준성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선 이유는 한성자동차가 벤츠코리아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레이싱 홍 그룹은 한성차, 한성인베스트 외에 국내법인 스타오토홀딩스를 두고 있는데, 이 회사를 통해 벤츠코리아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1%는 벤츠 본사가 가지고 있다.

한성자동차가 벤츠코리아 딜러인 동시에 2대 주주의 ‘파워’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 본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BMW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등의 딜러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 때문에 ‘한성자동차가 2대 주주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브리타 제에거 벤츠코리아 대표는 “다른 벤츠 딜러들이 한성자동차에게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특혜는 없을 뿐더러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올 3월 벤츠코리아 대표로 부임했다. 국내 수입차 최초의 여성 CEO다.

한성자동차의 핵심 인물 ‘임준성’

제에거 대표는 할부금융 계열사인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에 자동차 금융을 밀어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금융비용이 국내 금융사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벤츠 브랜드 중 가장 많이 팔리는 E300을 기준으로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리스료(6391만원, 3년 기준)는 산은캐피탈에 비해 최대 372만원 비싸다. 할부 금융료(5647만원)도 산은캐피탈보다 191만원 비싸다.

수입차 가격 담합, 수입사-딜러사간 특혜, 계열사 할부금융사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 국감에 선 수입차 CEO들. 과연 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혹을 풀기 위해 노력할까.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