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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에 부는 ‘다이어트’ 열풍

2013-11-07     정옥주 뉴시스 기자

철강업계가 사업 부문 분할, 지분이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선업과 건설업이 경기침체로 쉽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불씨가 옮겨 붙을 걸 염두에 두고 내실을 다지는 등 선제 대응을 한다는 취지다.

최근 국내 철강사들이 잇따라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수년간 경기호황에 힘입어 몸집 불리기를 해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조선업과 건설업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응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먼저 동국제강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10월 29일 공시를 통해 “후판사업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 부문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판은 주로 선박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강판으로 조선ㆍ건설업에 많이 쓰인다. 특히 동국제강이 생산하는 후판 대부분은 조선ㆍ플랜트 사업에 투입되기 때문에 경기에 더욱 민감하다.

후판 소비량도 감소세다. 2011년 국내 후판 소비는 1200만t 수준이었으나 2012년엔 1100만t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900만t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동국제강 후판 판매량도 매년 줄고 있다. 동국제강 매출 중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9.62%에 달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17.96%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후판 사업 실적 악화로 인한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28.8%에서 241.9%로 치솟았다.

더구나 후판 시장에서 동국제강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처럼 일관제철소(제선ㆍ제강ㆍ압연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를 갖고 있지 못해서다. 물론 동국제강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브라질에 연산 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고 있지만 2015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갈 길이 멀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제철은 올해 9월 완공된 3기의 용광로를 본격 가동해 후판 생산량을 늘리면서 동국제강의 경쟁력은 더 떨어지게 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봉형강 부문에서 비교적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후판 부문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져 전체 재무 상태에는 악영향”이라며 “후판 사업을 분리하면 당장 매출은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몸집을 줄이고 있다. 보유 지분과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서다. 포스코는 최근 SK텔레콤 지분을 매각해 128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1500억원 규모의 호주 구리 광산업체인 샌드파이어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지난해 70개까지 늘렸던 계열사도 줄이는 중이다. 포스코는 올해 1월 7개 계열사를 줄인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4개 계열사를 줄이는 등 구조재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몸집 줄이기보다는 생산성 개선을 택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사업 부문을 가져오기로 했다. 그동안 현대제철이 열연과 후판을 생산하면 현대하이스코가 현대제철로부터 열연을 구매해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했다, 그러나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부문 합병으로 이전보다 효율적인 생산구조를 갖게 됐다. 특히 매분기 1500억원가량의 현금을 창출해 채무부담도 덜 수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로는 더 이상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