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회사채로 투자자 뒤통수
동양증권 사태 어디까지…
동양그룹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과 기업어음을 다수의 투자자에게 불법판매한 정황이 드러나서다. 동양그룹 계열사 CP에 투자해 원금손실이 불가피한 개인투자자는 4만명 이상으로, 평균 투자금액은 5200만원에 달한다.
동양증권이 다수의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불법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주식회사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계열사에서 동양증권에 배정한 발행 물량 이외에 다른 증권사에 배정된 발행 물량까지 끌어와 두차례 이상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그룹의 계열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전체 물량의 최대 50%까지만 그룹 증권사에 배정해 투자자를 모집하도록 허용한 금융감독원의 영업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예를 들어 동양레저가 100억원가량의 회사채를 발행하면 동양증권인 발행 물량의 절반인 50억원의 회사채만 배정받아 투자자를 모집해야 한다. 하지만 동양증권은 편법으로 다른 증권사로부터 2차 물량을 동원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올해 주식회사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7차례에 걸쳐 5769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때 동양증권이 절반을 배정받았다. 나머지 절반은 다른 두개의 증권사가 배정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판매된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이전 발행물량을 포함한 주식회사 동양의 회사채 8801억원 가운데 8725억원이 동양증권에서 팔렸다. 동양시멘트 회사채 2310억원 중 2253억원도 동양증권에서 팔렸다. 동양 그룹 회사채의 대부분이 동양증권을 통해서 판매됐다는 얘기다.
다른 증권사 배정 물량까지 끌어와 판매
또 다른 피해자인 B씨는 “처음 2000만원 어치의 회사채를 구매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5000만원어치를 더 구매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본인의 통장 잔고에 딱 맞게 추가물량을 배당 받았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금리도 좋고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말에 속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투자자의 대부분이 시간차를 두고 1~2차에 걸쳐 CP를 매입해 큰 손해를 입었다. 동양그룹의 동양레저ㆍ동양네트웍스ㆍ동양인터내셔널ㆍ동양시멘트ㆍ주식회사 동양 등 그룹 계열사 5개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동양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CP 1조3000억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휴지조각이 된다. 원금손실 피해가 불가피한 투자피해자의 신고는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월 8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주제로 현오석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해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발표한 대책에 따라 분쟁 조정절차를 통한 피해자 구제, 동양그룹 계열금융사에 대한 특별감사, 대주주 부실책임 추궁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백영미 뉴시스 기자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