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공소비 잡자 실물시장 썰렁
중국 국경절과 삼공소비의 손익계산서 ①
2013-10-01 성영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중국의 고사성어 가운데 ‘금구은십金九銀十’이란 말이 있다. 과거 9월과 10월은 농작물 수확기간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크게 증가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이 고사성어가 가장 잘 통하는 시기 중 하나는 ‘국경절’이다.
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은 7일간의 황금연휴로 춘절과 함께 중국 최대의 명절이자 소비 성수기라 할 수 있다. 중국 경제성장의 영향으로 30~50대 소비계층이 늘고 중산층 가구의 비중도 연평균 6% 이상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2011년부터 개인소득세 면세기준이 상향 조정돼 구매력이 증가한 중국인의 소비 업그레이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가지 특징을 통해 볼 수 있다. 온라인 구매 비중이 확대되고, 해외여행과 명품 구입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수시장에서는 휴대전화ㆍPC 등 고가의 가전제품, 중대형 자동차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삼공三公소비’(해외출장ㆍ음식접대ㆍ공용차)의 단속으로 내수시장에 가격 상승폭이 제한적이고 여행숙박업체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9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상품권의 주요 고객은 기관과 기업이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삼공소비 단속으로 기관과 단체의 수요가 크게 줄면서 상품권 수요가 50% 이상 줄어들었다. 명품백주ㆍ고급차茶ㆍ동충하초 등 고가의 선물용 제품의 판매도 감소하고 있다.
중국 고사성어에 궁가부로窮家富路라는 말이 있다. 집에서는 검소하게 생활하는 대신 여행을 떠나서는 마음껏 쓴다는 뜻이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여력이 커진 중국인 가운데 황금연휴를 이용해 국내외 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위안화 절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해외여행을 즐기려는 중국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지는 지켜봐야 한다. 중국의 여유법 때문이다. 저가패키지여행을 규제하는 여유법이 실시되면 단기적으론 여행업체와 면세점 등 대형 유통채널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여유법 규제에 한발짝 물러나 있는 카지노 업계만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시진핑 정부의 삼공소비 근절의 영향으로 중국내 고가 제품의 판매는 감소하고 있다. 대외적으론 여유법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이전만큼 소비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에따라 국경절 연휴가 예전처럼 소비판매 성수기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성영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