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주입車, 공짜로 팔다”
현대차그룹의 독특한 사회공헌활동
2013-09-25 박용선 기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은 무언가를 때우려 해선 안 된다. 생색내기식 CSR은 여론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 목적에 맞는 CSR을 펼치면 된다. 종이업체는 ‘숲’을 가꾸고, 자동차 업체는 ‘자동차 기부활동’을 하는 식이다. 기업특성에 걸맞게 CSR을 펼치는 현대차그룹을 조명했다.
유한킴벌리의 적극적인 CSR은 기업평판을 끌어올렸다. 최근 한 취업포털 업체가 실시한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것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응답자의 95%가 “그렇다”고 했다. ‘우리 회사는 장수기업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96%가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착한 기업’ 이란 주어진 상황에서 슬기로운 결정을 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단순하게 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꼭 착한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활동은 필연적으로 직간접적인 환경ㆍ사회ㆍ문화ㆍ경제문제를 야기한다. 해당 기업에 요구되는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착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가려낼 줄도 알아야 한다.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도 필요하다. 숱한 사회문제를 포용하는 너그러움도 있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땜질식 사회공헌활동으론 착한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위기발생 시 이를 막아주는 방패로, 위기 이후 이미지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사용한다.
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의 목적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 쏠리면 안 된다. 그렇다면 착한 기업이 아님은 물론 여론의 좋은 평가도 받기 어렵다. 21세기 대중과 소비자는 똑똑하다. 대기업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기부를 결정해도 착한 기업의 전형이라며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기부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꼼꼼하게 살핀다.
‘생색내기 식’ 자금지원으론 착한 기업 이미지를 심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그래, 저 활동은 저 기업이 하면 참 잘하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잘 하는 분야와 지니고 있는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이 눈에 띈다. 현대차는 자동차 전문그룹의 특성을 살려, 자동차가 필요한 이웃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기프트 카(Gift Car)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차량뿐만 아니라 창업자금도 함께 지원한다. 기프트 카 캠페인은 2010년에 시작해 2011년 2차, 2012년 3차에 이어 올해 4회를 맞았다.
취약계층에 차량 지원해 창업 유도
6월 27일 서울 종로구 계동사옥에서 열린 ‘기프트 카 시즌4 캠페인’ 사업협약식 현장. “차량뿐만 아니라 창업교육과 컨설팅 제공, 상호와 메뉴판 디자인까지 도와줘서 큰 힘이 됐다. 세 아이들이 더욱 밝아지고 가정이 화목해진 점이 가장 행복하다.” 지난해 현대차로부터 차량(포터)을 지원받은 한영수씨의 말이다. 그는 현재 경기도 평택에서 튀김집 ‘별이네 튀김’(이동식 스낵카)을 운영하고 있다.
기프트 카 캠페인은 현대차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이번 시즌4 캠페인을 통해 지난해 대비 20대 늘어난 50대의 ‘기프트 카’를 선물할 예정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등 자립을 위한 기반과 정보가 부족한 취약계층에 대해 일정 수량을 배정, 성공적인 한국사회 정착을 지원할 방침이다.
기프트 카 주인공으로 선정되면 현대차 포터와 스타렉스, 기아차 봉고와 레이 차량 중에 창업계획에 적합한 차종을 지원받게 된다. 차량 등록에 필요한 세금과 보험료도 최대 250만원까지 현대차가 부담한다. 또 500만원 상당의 창업자금, 마케팅지원과 함께 창업교육, 맞춤컨설팅, 현대차미소금융재단과 연계한 창업자금 저리低利 대출 등 성공창업을 위한 종합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병훈 현대차 이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성실하게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프트 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착한 자동차 ‘기프트 카’를 통해 수혜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에게도 삶의 희망과 활력을 주는 캠페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이지무브(Easy Move)’사업도 적극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현대차 그룹의 4대 무브 활동 중 하나다. 현대차는 핵심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지무브’를 비롯해 교통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세이프무브(Safe Move)’, 그룹 임직원이 중심이 된 자원봉사 활동인 ‘해피무브(Happy Move)’, 환경 사회공헌 활동인 ‘그린무브(Green Move)’를 진행하고 있다.
이지무브는 장애인ㆍ노인을 위한 차량을 개발하고, 장애인기관에서의 이동성을 증진시킨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2005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이지무브 자동차는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차량에 탑승할 수 있도록 개조한 차량을 말한다. 시트의 회전과 승ㆍ하강 기능이 있어 동승자가 쉽게 차에 타고 내릴 수 있다. 간단한 조작으로 휠체어를 트렁크에 적재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그랜드 스타렉스, 그랜드 카니발 이지무브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이후 현대차는 노인ㆍ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펼치는 회사도 만들었다. 물론 자동차, 이동수단과 관계가 있다. 현대차는 2010년 경기도와 손잡고 사회적기업인 ‘이지무브’를 설립했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이지무브는 노인ㆍ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와 보행기 등 이동보조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차량과 운전보조장치는 현재 개발 중이다. 민간단체, 개인에게 보조기기를 지원하고, 노인ㆍ장애인 고용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이지무브의 전체 직원 30명 중 5명이 장애인이고, 1명은 65세 노인이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전체 직원의 6분의 1을 취약계층으로 고용했다.
이지무브 관계자는 “노인ㆍ장애인들은 현재 회사에서 텔레마케터, 제조(목재ㆍ재봉 등)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며 “추후 계속해서 늘려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3년까지 이지무부의 고용 2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지무브는 2011년 매출 27억원, 지난해 31억원을 기록했다.
車산업 리더로 안전한 교통문화 확산
현대차는 장애기관의 ‘이동편의증진 기능보강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2006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전국 100여곳의 장애인기관에 재난대피시설, 주 출입구 편의시설, 충격흡수 바닥 탄성재 공사를 위한 후원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안전한 교통문화 확산을 위해 세이프무브사업도 적극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2008년부터 ‘선진 교통문화 정착과 행복한 자동차 생활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해피웨이 드라이브(Happy Way Drive)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스쿨버스 승ㆍ하차 시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승ㆍ하차 보호기 보급이다.
‘교통사고 유자녀 장학금 지원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는 녹색교통운동에 지난해 2000만원, 올 8월까지 3000만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교통사고 피해자 유자녀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2005년부터는 ‘세잎클로버 찾기’라는 이름으로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함께 ‘교통사고 유자녀 소원 들어주기’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지원을 병행해 교통사고 유가족들이 삶의 희망과 의지를 되찾는 데 힘을 보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미래의 소중한 보물인 어린이의 교통안전을 비롯해 자동차 기업으로서 올바른 교통문화를 확산하고, 선진 교통문화를 앞당기는데 노력한다는 방침이다”고 밝혔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brave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