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날만한 루피화의 추락
인도경제의 충격
2013-09-16 김미선 기자
인도의 루피화가 사상 최고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도의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해서다. 외국인 직접투자로 성장일로를 달렸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인도의 한 언론은 현재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현기증 날 만한 루피화의 추락을 막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인도 정부는 지금 루피화의 현기증 나는 추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텔레비전 새 관세는 36%다. 환율을 지지하기 위한 대책이지만 정부의 절망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과 기업이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액수에도 새 제한이 가해졌다. 금 수입에 고관세가 때려졌다. 반면 루피화 예금에 대한 금리는 인상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별 소용이 없었다. 루피화는 날마다 대對달러 환율에서 새로운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수입비용이 부풀어 오르면서 생기는 경상수지 적자의 압력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1달러가 63루피 이상을 가고 있다. 8월에만 루피의 가치가 8%가 떨어졌다. 센섹스 주가 지수는 지난달 10% 넘게 떨어졌다. 급락의 반 정도가 마지막 며칠 사이에 이뤄졌다.
패닉 상태다. 루피 급락은 국가 재정 상황의 두 주요 바로미터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재정과 해외 무역 수지가 그 둘로 재정은 석유 수입 보조금으로 이미 적자이며 무역 수지는 적자가 훨씬 심하다.
“이런 정부 조치들은 단편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런던 소재 컨설팅 그룹 유라시아 그룹의 선임 분석가는 말한다. “인도는 경제에 계속 문제를 일으켜 온 구조적 약점을 다스릴 빅뱅 개혁을 피해왔다.”
비관론자들은 해외 투자가들이 불안한 재정에 겁먹고 대거 이탈하면서 발생했던 1990~1991년의 자금 조달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인도 중앙은행이 280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런 시나리오는 일어날 개연성이 별로라는 게 중론이다.
보다 일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은 인도가 해결하고자 했던 국가적 경제 현안이 해결되지 못한 채 악화되는 것이다. 12억 인구의 상당수를 괴롭히고 있는 빈곤을 경감시키고, 인구의 과반수가 30세 미만으로 해마다 130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현실에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비결인 높은 경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아시아에서 규모로 보면 중국, 일본 다음으로 세 번째인 인도 경제는 3월 종료된 지난 회계년에서 5% 성장했다. 10년 래 최저치이며 그 10년 동안의 평균치 8%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인도경제의 부진은 높은 인플레, 약한 투자, 부패 스캔들 만연 및 낮은 기업 자신감에서 시작됐다. 인도 주식시장의 현 폭락 장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전례 없던 통화팽창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에서 부분적으로 초래됐다. 미 연준의 저금리 기조는 그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세계 각 증시로 돈이 몰려가게 만들었지만 이제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김재영 뉴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