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찍고 남미로 “바다에서 돈캐다”
해수담수화 사업의 간판 ‘두산중공업’
지구 수자원의 97%는 바닷물이다. 나머지 3%도 대부분 만년설과 빙하다. 물부족 현상은 피할 수 없다. 이를 해소하려면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해수담수화 산업의 선봉에 두산중공업이 있다. 세계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하지만 세계시장을 확실히 장악하려면 보완할 점도 많다.
“2025년이 되면 30억여명의 인구가 물부족 때문에 고생을 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이다. 물론 지구에는 물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바닷물이라는 게 문제다. 지구상의 담수는 3%에 불과하다. 그나마 70%는 빙하와 만년설이어서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물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물부족을 해소하려면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세계미래학회(WFS)가 ‘해수담수화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나라가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약 40%) 업체다.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파라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카타르 등 중동 전역에 걸쳐 27개 프로젝트를 수행해 오고 있다.
이런 두산중공업이 최근 중남미 시장에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를 수주해 화제다. 중동이 아닌 남미에서 해수담수화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중공업은 8월 25일 “세계 최대 동광인 칠레 에스콘디다의 광산용 담수를 생산하는 해수담수 플랜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수주액은 1억300만 달러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중동 이외 지역에까지 우리의 기술과 수주 경쟁력을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향후 중남미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수주를 ‘역삼투압방식’으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해수담수화 시장의 중심축은 현재 바닷물에 압력을 가해 염분을 제거하는 ‘역삼투압법’으로 이동중이다. 해수를 증발시켜 염분과 수증기를 분리하고, 수증기를 다시 응결해 담수를 얻는 ‘증발법’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3배가량 높기 때문이다. 역삼투압방식의 담수플랜트 규모는 2020년 16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 바다의 왕자 ‘두산重’
문제는 국내 업체의 ‘역삼투압법’ 관련 기술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상대적으로 ‘증발법’에 강했다. 이 때문에 ‘역삼투압법’으로 수주에 성공한 ‘칠레 에스콘디다 해수담수화플랜트’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칠레 해수담수화플랜트는 하루 55만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22만t규모의 담수를 생산하게 된다. 지금까지 중남미 지역에서 발주된 역삼투압방식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담수생산은 2016년 중순부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가야 할 길은 멀다. 중남미 최대 담수화플랜트를 수주했지만 ‘역삼투압 인프라’는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국토교통과학진흥원 관계자는 “역삼투압 방식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국내업체는 아직 뒤쫓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