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에 걸린 노숙인의 희망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의 ‘착한’ 기업철학
착한 기업을 꿈꾸는 스물일곱 사업가가 있다. 노숙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이 옷걸이를 고안해낸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다. 종이옷걸이에 광고를 실어 수익을 창출하고 노숙인들은 옷걸이의 제작과정에 참여한다. 그가 만드는 옷걸이에는 희망이 걸려있다.
“2011년 7월에 뉴스를 통해 코레일에서 낸 성명을 우연히 봤다. 서울역 노숙인을 강제 퇴거시키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때부터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뉴스를 접한 뒤 무작정 서울역을 찾은 이가 있었다.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였다. 그는 여러 날에 걸쳐 노숙인을 만나 대화했다. 그 결과 많은 노숙인이 노동의지를 갖고 자활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박 대표는 노숙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러다 떠오른 아이템이 바로 ‘종이옷걸이 사업’. 그는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광고나 마케팅에 나서면 사업성이 클 거라 판단했다”며 “그래서 종이옷걸이를 아이템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수익 모델은 간단하다. 옷걸이의 틀을 감싸고 있는 종이 부분에 기업 광고를 유치해 제작하는 것이다. 옷걸이는 세탁소에 무료 배포돼 광고효과를 낸다. 노숙인의 역할은 종이옷걸이를 제작하는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최근에는 세탁소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묵는 게스트하우스에도 두손컴퍼니의 종이옷걸이가 걸린다. 종이옷걸이를 이용해 공익캠페인을 하기도 한다. 헌옷 기부를 독려하는 캠페인 광고를 옷걸이에 싣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이 캠페인을 통해 1000여벌의 헌옷을 기부 받아 서울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사업이 처음부터 빛을 본 건 아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20대 청춘의 패기, 여기에 노숙인 자활이라는 사회적 의미까지 더해졌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치 않았다. 사업의 핵심인 광고 유치가 만만치 않았고, 노숙인을 관리할 만한 인력도 부족했다. 세탁소에 종이 옷걸이를 거는 일은 말 그대로 ‘일’이었다. 박 대표는 “보수적인 성향의 세탁소 주인들이 옷걸이를 공짜로 드리겠다고 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감성적 접근으로는 ‘한계’
그렇게 2년. 박 대표는 기업가로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좋은 일이니 도움을 달라”는 식의 감성적인 접근으로는 기업으로 자립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박 대표가 세운 전략이 광고주를 섭외할 때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임하는 것이다. “요즘엔 광고주를 섭외할 때 노숙인 얘기는 아예 하지 않는다. 종이옷걸이가 갖는 제품자체의 특성과 광고효과를 어필하는데 주력한다. 아! 이거였구나 싶다.” 상품성이 있어야 공헌을 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은 셈이다. 점차 일거리가 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는 박 대표는 “함께 일을 시작한 노숙인들이 이제는 든든한 사업 파트너가 되었고, 그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며 미소를 보였다.박 대표는 현재 판매가 가능한 옷걸이를 제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착한 기업을 꿈꾸는, 그러면서도 비즈니스의 냉정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이 젊은 사업가의 앞날. 기대해봄직하지 않은가.
정소담 인턴기자 cindy@thescoop.co.kr | @cindye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