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섞어야 그나물에 딴밥

Hybrid Economy의 비밀

2013-09-16     박용선 기자

산업계 여기저기서 ‘하이브리드(Hybrid)’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전적 의미는 혼합물, 잡종이다. 장점들을 섞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때론 ‘하이브리드’를 통해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섞는다고 하이브리드가 될 순 없다. 하이브리드의 특징을 알아봤다.

두기능을 합쳐 새로운 제품 또는 부가가치를 만드는 ‘하이브리드(Hybrid)’가 뜨고 있다. 전화기능을 강조한 ‘피처폰’에 인터넷 기능을 더해 스마트폰을 만든 것도 하이브리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가솔린ㆍ디젤엔진에 전기모터(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했다. 기존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한 차량보다 연비가 좋다는 게 특징이다. 전기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염 물질도 적게 배출된다. 도요타를 중심으로 GM, 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친환경 자동차의 최종 단계로 평가되는 전기차ㆍ수소연료전지차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자동차업계에서 하이브리드는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것이다.

IT(정보통신) 업계에서도 하이브리드가 인기다. 노트북과 태블릿PC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PC’가 주목받고 있다. 노트북은 문서작업에 편리하지만 부팅시간이 길고, 휴대하기 불편하다. 태블릿PC는 가볍고 부팅이 필요 없지만 키보드가 없어 문서를 작성할 때 불편하다. 그래서 글로벌 PC 제조사들은 노트북과 태블릿PC 각각의 장점을 살린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과 태블릿PC의 장점을 살린 하이브리드 PC ‘아티브 Q’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소니는 터치ㆍ키보드ㆍ태블릿 모드로 활용할 수 있는 노트북 ‘바이오 듀오13’을 선보였고, 레노버는 노트북으로 쓰다 스크린을 180도 접어 태블릿 모드로 전환이 가능한 ‘요가 11S’를 출시했다. 요가 11S는 스크린을 접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 스탠드ㆍ텐트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다.

두 가지 기능 섞여 시너지 창출

금융 부문에서도 하이브리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소액신용결제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체크카드’가 대표적이다. 이는 기존 체크카드에 신용결제기능이 덧붙여진 것이다. 체크카드처럼 통장 잔액 안에서 소비할 수 있고, 잔액이 없으면 10만〜30만원의 신용결제가 가능하다.

하이브리드를 통해 가격을 줄이는 사례도 있다. 산악용ㆍ도로용 자전거의 기능을 합친 ‘하이브리드 자전거’다. 산악용 자전거는 고강도 강판을 프레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량이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삼천리자전거ㆍ알톤스포츠 등 자전거 업체는 산악용 자전거의 장점은 살리면서 가격은 낮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선보이며 침체된 자전거 시장에 ‘부활의 불씨’를 댕기고 있다.

한 경영컨설턴트는 “두 가지 기능을 잘 더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며 “하지만 무조건 섞는다고 ‘하이브리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섞였을 때 시너지 효과가 분명해야 진정한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brave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