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심취한 콩다방의 몰락

위용 잃어가는 커피빈

2013-08-30     김미선 기자

커피빈이 심상치 않다. 스타벅스와 어깨를 견주던 시절은 이제 옛 이야기다. 매장수와 매출을 따져보면 두배가량 차이가 난다.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한편에선 커피빈이 ‘패션사업’에 주력한 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커피빈이 패션사업의 액세서리라는 얘기다.

‘콩다방’으로 불리며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을 양분하던 커피빈 티리프(커피빈) 성적이 신통치 않다. 매출은 2011년 1337억원에서 2012년 1378억으로 늘어났지만 라이벌 ‘스타벅스’와 비교하면 쑥쓰러운 실적이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은 3909억원으로 2011년보다 1000여억원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32억원에서 24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매장수도 2배가량 차이가 난다. 20 10년부터 3년 동안 스타벅스코리아는 178개의 매장을 열었는데, 같은 기간 커피빈코리아가 오픈한 매장수는 33개에 그쳤다. 커피빈이 매장확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게 악영향을 끼쳤다.

2004년까지만 해도 커피빈은 명동에 1256㎡(약 380평) 규모의 국내 최대 매장을 열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매장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지난해 오픈한 커피빈 매장은 4개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기존 매장이 알짜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커피빈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에 그쳤다. 매장 확대는커녕 기존 매장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박상배 커피빈 대표의 주력사업이 ‘패션’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수입패션잡화 전문업체 스타럭스의 브랜드인 캐스키드슨·액세서라이즈와 커피빈이 한 건물에 입점해 있다. 이는 커피빈이 스타럭스의 자매회사인 것과 무관치 않다. 커피빈은 2000년 박상배 스타럭스 대표가 미국 본사와의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국내에 들여왔다. 패션 브랜드 전문 수입업체가 커피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스타럭스는 레스포삭·쿠치 쥬얼리·알도·액세서라이즈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수입하는 식으로 패션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서 ‘기저귀 가방’으로 통하는 영국의 ‘캐스키드슨’을 독점 수입·론칭한 것도 이 회사다. 커피빈의 외형이 주춤하고 있는 것과 달리 스타럭스의 덩치는 나날이 늘고 있다. 2009년 65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002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패션사업에 눈을 돌린 커피빈과 다른 길을 걸었다. 국내 원두커피 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산 스타벅스 본사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1년 4월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한국에 방문해 이렇게 선언하기도 했다. “2016년까지 한국 내 매장 수를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그의 선언처럼 2010년 국내 34개 도시에 진출했던 스타벅스는 올 6월 기준 53개로 진출도시를 늘리며 사업 확장에 가속을 내고 있다.

한 창업 전문가는 “스타벅스·커피빈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 시장이 다변화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 커피빈은 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목에 힘을 주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커피숍을 찾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커피빈, 옛 영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story6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