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교본은 神話

「스토리 전쟁」

2013-08-27     김윤주 대학생 인턴기자

스토리를 정복해 위대한 신화로 남는 비밀

매일같이 TVㆍ라디오ㆍ인터넷에서 정보가 쏟아진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정보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정보의 과잉 탓도 있지만 뇌리에 ‘탁’하고 박힐 만큼 인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는 특히 대중의 관심과 반응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냥 망하는 거다. 그나마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기업들이 광고에 막대한 돈을 쏟으며 대중의 관심을 사려 했고 그게 통했다. 한마디로 일방통행 마케팅만으로도 충분했던 거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쌍방통행도 모자라 문어발식 다발통행으로 마케팅을 해도 대중의 눈과 귀까지 닿을까 말까다. 그래서 스토리가 중요해졌다. 한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는 흥미롭고 공감되는 스토리를 가진 마케팅만이 성공할 수 있게 됐다. 저자는 일찍이 스토리가 강력한 마케팅의 무기임을 깨달았다. 그 증거가 바로 공장식 축산의 실상을 고발한 단편 애니메이션 「미트릭스」와 소비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의 「물건이야기」다.

스토리에 진실을 담아라

저자가 만든 이 영상들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다 재미까지 있다. 그러니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널리 전달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 두 영상이 가진 뛰어난 스토리 덕에 전 세계가 주목했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를 대중이 나서서 전달했다. 처음엔 가까운 가족과 친구에게 나아가서는 SNS와 같은 채널을 통해서 말이다.

저자를 포함한 모든 마케터는 지금 ‘스토리 전쟁’ 중이다. 전쟁은 두 가지를 남기고 떠난다. 승자와 패자다. 저자가 승자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치열한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파워스라는 광고계의 거물이 남긴 3계명을 보자. ‘흥미를 유발하라’ ‘진실을 말하라’ ‘진실을 실천하라’. 이게 바로 승리의 본질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세번째다. 스토리에 진실을 담으면 흥하지만 허영•권위•허풍에 빠져버리면 망한다.

3계명 외에도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게 있다. 구체성ㆍ관련성ㆍ몰입성ㆍ인상적ㆍ정서적이라는 5가지 요건을 스토리에서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성공적 스토리가 도대체 뭔지 상상이 잘 안 된다. 이럴 땐 스토리텔링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신화’를 떠올리면 쉽다.

신화는 스토리ㆍ해설ㆍ의미가 하나로 깔끔하게 포장된 성공적 스토리다. 아주 먼 옛날 탄생한 신화는 현대의 곳곳에서 살아 숨 쉰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나 「반지의 제왕」의 기본 틀은 신화에 나오는 영웅의 여정을 차용한 것이다. 우유부단하고 겁 많던 주인공이 인생의 멘토를 만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게 큰 줄기다. 이런 스토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영웅의 씨앗을 자라게 한다. 마케터들은 이를 ‘임파워먼트(힘돋우기) 마케팅’이라 부른다.

당신도 신화창조자다

마케팅과 광고는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광고와 전단지 등에 24시간 노출된 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방식은 그 광고에 담긴 메시지에 의해 달라진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말이다. 그래서 마케터들의 역할과 그들이 가진 가치관이 중요하다. 저자는 마케터라는 자신의 직업을 ‘새로운 해설과 의미, 스토리와 의식으로 미래를 형성할 권능을 지닌 현대의 신화창조자’라고 표현한다.

명심할 것은 당신이 마케팅과는 아무 상관없는 직업을 가졌다 할지라도 이미 신화창조자 중 한 명이란 거다. 인생이란 여정 속에서 스토리를 통해 신화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북 에디터 한마디 | 광고대행사와 카피라이터는 같지만 매우 다르다. 파워스는 광고대행사라는 말이 광고료에 혈안이 돼 정작 광고 카피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카피라이터’다. 카피라이터는 자신의 카피 한 줄 한 줄마다 의미 있는 스토리를 담는 사람이다. 우리네 인생에서도 카피라이터 같은 삶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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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대학생 인턴기자 dbswn77@thescoop.co.kr|@withlove7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