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잡으려 패션사업 가위질

제일모직, 獨 OLED 기업 인수 이유는 …

2013-08-26     강서구 기자

패션사업의 강자 ‘제일모직’이 팔색조 변신에 한창이다. 말랑한 패션기업에서 묵직한 전자재료기업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엔 독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업 ‘노바엘이디’까지 인수ㆍ합병(M&A)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제일모직의 ‘팔색조 변신’이 화제다. 패션기업에서 전자재료기업으로의 변신이 ‘콘셉트’다. 이 회사는 최근 독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체 ‘노바엘이디’의 인수를 결정했다.

1731억원을 들여 노바엘이디의 지분 50.1%를 인수한다. 나머지 지분 40%는 삼성전자가 산다. 삼성벤처투자가 보유하고 있던 9.9%의 지분까지 합하면 100%의 지분을 삼성 계열사가 갖게 됐다. 노바엘이디는 OLED 분야의 강자다. 특허와 특허출원수가 500건에 달한다.
 
제일모직이 OLED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가능성’에 있다. OLED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리서처’에 따르면 전 세계 OLED 시장규모는 2017년 27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전자재료사업 육성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며 “2002년 208명에 불과했던 연구개발(R&D) 인력 규모를 700명 수준으로 늘린 이유”라고 말했다.

제일모직이 전자재료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게 패션부문의 실적부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두가지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은 올 2분기 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회사가 수익성이 낮은 캐주얼 브랜드 ‘후부(FUBU)’를 정리하고, 여성용 의류 브랜드 ‘데레쿠니(Derecuny)’의 판매를 중단한 까닭이다. 제일모직이 노바엘이디를 인수한 이유도 같다.

패션사업 부문의 부진을 전자재료사업으로 메우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제일모직의 전자재료 사업은 1994년 반도체 회로보호재 ‘EMC’ 개발과 함께 시작했다. 2002년 구미에 IT생산단지 완공해 전자재료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했다.

2007년에는 에이스디지텍을 인수해 편광필름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2011년 200억원을 투자해 OLED 소재 양산공장을 설립했다. 올 4월부터 갤럭시S4에 사용되는 전자수송층(ETL)을 생산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변신은 일단 성공적이다. 무엇보다 회사 매출에서 전자재료사업의 비중이 2006년 10.4%에서 지난해 매출액 1조5689억원을 기록하며 26.1%로 늘어났다. 영업이익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0.1%에서 51.8%로 크게 증가했다. 회사 운영 역시 ‘투톱 체제’다. 패션사업 부문은 윤주화 대표, 케미컬ㆍ전자재료사업은 박종우 대표가 이끌고 있다. 패션과 케미컬•전자재료사업의 전문성을 각각 제고하겠다는 계획에서다.

제일모직의 변신을 걱정하는 의견도 많다. 이 회사의 자타공인 주력사업인 패션 부문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제일모직의 업종 구분이 화학으로 바뀐 것은 오래전”이라며 “하지만 패션사업의 축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체제의 ‘투톱’ 개편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이지 어느 하나를 밀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패션사업은 브랜드 순환과 효율화의 과정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ksg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