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비 받고 불감증 팔다

세상을 보는 窓

2013-08-07     김병진 캠프나라 사무국장

매년 캠프현장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참사를 막으려면 관리감독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캠프의 모호한 성격 때문에 관리감독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문제는 캠프의 주제가 다양할수록 관리감독 주체가 복잡해지는 거다. 부처 간의 떠넘기기로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만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1999년 화성 씨랜드 사건. 어린 생명들을 허무하게 하늘로 떠나보낸 참사였다.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이 흘렀지만 캠프현장은 그때와 변한 게 없다. 최근 캠프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를 보자. 필리핀 영어캠프 참가학생 120명 현지 억류 사건(2011)ㆍ청학동 훈장의 성추행 사건(2011)ㆍ국토순례 성희롱 사건(2012)ㆍ사설 해병대 사망 사건(2012)…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캠프의 성격이 모호해서다. 캠프 특성상 다양한 프로그램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보니 개념을 정의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캠프를 여행으로 볼지, 교육으로 볼지도 애매하다.
문제는 캠프의 주제가 다양만큼 관리감독 주체도 복잡하다는 것이다. 2011년 필리핀 영어캠프에서 비자문제로 학생을 구출하기 위해 나선 부처는 교육부가 아니라 외교부였다. 지난해 국토순례캠프의 성희롱 및 폭력사건을 전담한 부서는 법무부였다. 이렇게 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캠프를 책임지고, 기획재정부는 경제캠프를 관리해야 한다. 환경부는 환경캠프를, 기획재정부는 경제캠프를 감독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토피캠프는 보건복지부의 소관이고, 휴전선 155마을 도보캠프는 통일부의 담당이다.

이런 식으로 책임소재를 논하면 화살을 피할 수 있는 부처는 없다. 이번 사설 해병대 캠프사고는 해병대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해 영리를 취하도록 방치한 국방부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해양수산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숙식시설로 사용한 유스호스텔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므로 안전행정부도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져야 한다.

캠프를 둘러싼 정부부처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는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미숙한 피해보상과 민원처리다. 실제로 현장에서 부처 간의 떠넘기기를 경험하면서 울화통이 터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우리 부처 소관이 아니다’ ‘담당자가 없다’ 매번 이런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씨랜드와 같은 대형사고가 터져도 개선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부처 가 쪼개져 있는 만큼 캠프 역시 세분화됐다. 크게 학습ㆍ인성ㆍ자연ㆍ레포츠캠프로 나눠지지만 각 캠프의 밑으로 다양한 주제로 개최되는 캠프가 대략 20가지다. 부처 한두개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게 해서는 사설 해병대 캠프나 학교행사는 관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 학생이 많이 참가하는 다른 주제와 장소, 대상의 캠프는 관리감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뭘까.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야 한다.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각 부처 장관을 모아놓고 주관부처를 지정하는 것이다. 캠프인증제도도 손봐야 한다.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활동진흥원이 진행하는 ‘수련활동인증제’는 인증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현실적으로 사설 업체들은 인증을 받아도 수익에 도움되는 게 없기 때문에 인증에 관심이 없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신청률 또한 높지 않다. 내용은 더욱 문제다. 시설과 업체를 인증하는 게 아니라 단일행사를 인증하기 때문에 행사가 종료되면 인증이 끝난다.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다양한 캠프활동은 우리 아이들의 지덕체智德體 발달에 기여한다. 그런데 정작 캠프환경은 비루하다. 법과 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어린 생명을 담보해야 할 판이다. 캠프에 ‘안전핀’이 필요하다.
김병진 캠프단체협의회 캠프나라 사무국장 wrb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