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기 싫으면 水기술 잡아라
웅진케미칼 인수전 뜨거운 이유
2013-08-14 김정덕 기자
법정관리 중인 웅진홀딩스의 경영정상화가 예상보다 빨라질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웅진계열사의 매각작업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계열사는 웅진케미칼이다. 매각대금이 클 뿐 아니라 인수경쟁도 치열해서다.
7월 19일 마감한 웅진케미칼 예비입찰에 LG화학•롯데케미칼•GS에너지•태광산업•TK케미칼•휴비스•도레이첨단소재•인도 릴라이언스•태국 인도라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기업까지 가세한 덕분에 인수가격이 껑충 뛰었다. 웅진케미칼의 당초 평가액은 2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3000억~3500억원까지 올랐다. 한편에선 4000억원 이상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웅진케미칼의 인수 의도를 알 수 없는 기업들이 눈에 띄어서다.
전신이 제일합섬인 웅진케미칼의 주력사업은 섬유분야다. 사업 비중이 전체의 85%에 달할 정도다. 특히 국내 단섬유시장을 휴비스와 함께 양분하고 있다. 섬유사업 비중이 큰 휴비스•TK케미칼•도레이첨단소재는 경쟁사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침을 흘릴 만하다.
흥미로운 건 LG화학•GS에너지•롯데케미칼•태광산업 등 석유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인수전戰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유는 ‘수水처리 기술’에 있다.
수처리는 가장 유망한 미래 성장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물전문 리서치기관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 조사에 따르면 세계 수처리 시장은 2025년 1000조원대 규모로 성장한다. LG전자, GS건설 등 일부 대기업 계열사가 수년전부터 수처리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LG전자는 2010년 ‘2020년까지 톱10의 종합 수처리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GS건설은 지난해 6월 스페인의 수처리 기업 ‘이니마’를 인수했다.
이런 맥락에서 웅진케미칼은 ‘상품성’이 충분하다. 국내 최고의 수처리 기술력을 갖고 있어서다. 1994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수처리 필터의 핵심 부품인 ‘역삼투逆渗透 멤브레인(역삼투 작용을 이용한 여과막)’을 개발해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국내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최근엔 차세대 필터로 불리는 ‘정삼투 멤브레인’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미국기업 포리페라에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역삼투 멤브레인과 달리 정상투 멤브레인은 인위적으로 압력을 가할 필요가 없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기업들이 웅진케미칼을 노리는 건 수처리 필터 기술 때문”이라며 “웅진케미칼의 인수가격이 껑충 뛰어올랐지만 수처리 사업의 강화를 노리는 대기업들 입장에선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웅진케미칼의 몸값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